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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사법부’ 저격 골몰하는 민주당… ‘지역 환심’에 매진하는 국힘 [22대국회 개원 한 달]

입력 : 2024-06-30 18:10:00 수정 : 2024-06-30 2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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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의원 221명 ‘1호 법안’ 전수분석

여야 통틀어 ‘경제·산업’ 최다 발의

野, 법사위 법안 22건 중 21건 주도
‘대통령·수사기관 권한 제한’ 골자
방송3법·방통위법도 밀어붙이기

與, 3명 중 1명 지역 관련 법안 발의
尹정부 공약 ‘3대 개혁법’은 안 보여

세계일보가 30일 22대 국회 개원 한 달(5월30일∼6월28일)간 대표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221명의 1호 법안을 전수 분석했다. 각 의원이 심혈을 기울인 1호 법안을 살펴보면 그들의 소신과 최대 관심사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 결과 야당은 법제·사법 분야 1호 법안 22개 중 21개를 전담하며 ‘대통령과 사법부 저격’에 혼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원 3명 중 1명꼴로 지역구 법안을 발의하며 ‘지역민 환심사기’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일방통행 표지판이 붙어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개원 한 달간 여야 통틀어 가장 많이 발의된 1호 법안은 경제·산업(58개 법안) 분야였다. 그 뒤로 △국토·교통 31 △보건·복지·저출생 28 △정치·행정 23 △법제·사법 22 △교육 15 △안보·보훈 11 △노동 10 △과학·기술 8 △방송·통신 8 △기후·환경 5 △문화 2 순이었다. 이 중 전체의 10% 수준을 차지하는 법제·사법 분야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사용 제한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낸 ‘상설특검 활성화법’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을 제한하고, 국회가 본회의에서 수사요구안을 의결하는 것만으로 특검 임명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을 신속히 가동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은 개원과 동시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론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해 지난 22일 야당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검찰을 향한 야권의 집중포화도 눈에 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난 28일 1호 법안으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관한 특례법안’을 냈다. 이 법안은 검찰이 수색·검증만으로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휴대폰 등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없도록 한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검찰 수사 제한 법안도 잇따랐다. ‘대장동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김동아 의원은 ‘검찰 수사조작 방지법’을 발의했다. 검찰이 교정시설 수용자를 검사실로 소환하는 관행을 특권이라고 꼬집으며, 검찰이 교정시설로 방문·수사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김용민 의원은 수사기관의 무고 행위를 엄벌하는 법안을, 양부남 의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진술 등을 외부로 알리지 못하게 하는 ‘피의사실공표금지법’을 1호로 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법’이라고 반발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27일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검찰 수사조작 방지법, 표적수사금지법 같은 이재명 방탄법을 대거 발의했다”고 날을 세웠다.

 

또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구성과 의결 요건을 손보는 법안도 야권(김현·신장식·최민희 등) 주도로 발의됐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진 수를 늘리고, 추천권을 학계와 관련 직능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3법’도 민주당 의원들(이훈기·정청래·한준호 등)의 주요 1호 법안이었다. 야당은 이 법안들을 ‘방송정상화법’으로 통칭하고 7월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당은 ‘지역구 사수’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개원 한 달간 1호 법안을 낸 국민의힘 의원 81명 중 30여명이 지역구 현안 관련 법안을 냈다. 총선 참패 여파로 임기 초반부터 지역구 관리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반면 여당 의원들 중 윤석열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 관련 법안을 낸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지난 21대 국회에서 가까스로 합의점에 이르렀다 파기된 연금개혁 관련 1호 법안은 야당인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유일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 김도읍·김미애 의원(지역의료격차해소 관련 개정안), 김상훈 의원(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고동진 의원(디지털포용법안) 등이 5월31일 당론으로 발표된 민생패키지 법안 내용을 담은 1호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대다수는 지역구 현안 관련 법안에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대구 동구를 지역구로 둔 강대식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경남 창원시 김종양 의원은 ‘창원 방위·원자력 국가산단 신속 추진 법안’을 냈다.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경남 사천시 인근 진주시가 지역구인 박대출·강민국 의원은 경쟁적으로 우주항공복합도시 관련 법안을 내기도 했다. 충북 충주를 지역구로 둔 이종배 의원은 충주댐 인근 주민들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법안을 냈고,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지역구 이철규 의원은 폐광지역 면세점 설치를 골자로 한 1호 법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절반 이상이 폐기된 것으로 볼 때, 지역구 의원들의 경쟁적인 지역 법안 발의는 ‘지역주민 환심 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6853건 중 1만7154건(64%)은 자동 폐기됐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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