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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사행길…조선시대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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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01 10:33:58 수정 : 2024-07-01 10: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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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은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을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 7월호를 발행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 바다는 흔히 휴양지로 인식되지만 옛사람에게는 그 속을 알 수 없어 두렵고 무서우면서 동시에 풍요롭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여겨졌다. 이번 웹진 담에서 과거 조선의 바다가 품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항해조천도(航海朝天圖)’에 표현된 용오름 현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안경의 명나라 고군분투 사행기

 

‘목숨을 걸고 배에 오른 사람들’에서 이명제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사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 사행길이 죽음을 부르는 사(死)행길이 된 이야기를 전한다. 안경(1564~?)의 ‘가해조천록’에는 1621년 목숨을 걸고 바다를 통해 명나라를 다녀온 안경의 사행기가 담겨 있다.

 

조선과 명나라가 임진왜란의 상처를 수습할 동안 후금을 건설한 누르하치는 두 나라의 요충지를 점령해 그들이 오가는 육로를 차단했다. 따라서 조선과 명나라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사와 부사, 서장관은 한배에 타지 말라”는 광해군의 어명은 당시 바다를 이용한 이동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안경이 겪은 시련은 풍랑만이 아니었다. ‘가달’(후금에 투항한 명나라 사람)의 공격을 받아 어렵게 살아남았지만 식량은 떨어져 가고 역풍이 불어 돛이 부러졌으며, 풍토병이 들어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그렇게 겨우 도착한 명나라에서는 부패한 관리들이 무차별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등 극악한 상황이 지속됐다.

 

이들의 고난은 조선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됐는데 겨울 바다 위에서 큰 파도와 눈보라로 인해 어마어마한 추위와 공포를 맞이한다. 결국 안경은 죽음을 직감하고 ‘절명사’를 지었다. 그는 11월4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금이 있는 동쪽을 향해 4배를 하고 모두가 목 놓아 통곡하는 바로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눈보라가 그치고 해가 뜬 잔잔한 날씨 덕에 안경은 무사히 조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렵지만 단단한 군자를 닮은 바다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독 선생전 7화 ‘그대의 바다’에서는 청국인이 조선에 표류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표류인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바다 너머를 상상하는 독선생을 만나보자.

 

‘선인의 이야기, 무대와 만나다’의 ‘바다로’에서는 붉은 피가 낭자한 피바다가 펼쳐진다. 잔인한 욕망으로 서로를 난도질하는 인물들이 만든 피바다를 언어와 비언어의 이중창으로 훌륭하게 그려낸 국립극장의 무(無)장애 연극 맥베스를 소개한다.

 

‘백이와 목금’의 ‘바다 거인의 보살핌’에서는 정 진사의 아우인 정삼환이 상관을 따라 울릉도로 갔다가 겪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정삼환이 항해 도중 만난 기이한 짐승 비렴과 바다 거인과의 일화와 함께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바다를 극복하기 위한 조상들의 민간 신앙을 생생히 만날 수 있다.

 

‘나무판에 새긴 이름, 편액’의 ‘달과 바다를 건너다, 해월헌’에서는 해월 황여일(1556~1622)이 1588년 울진군 기성면에 지은 해월헌의 편액을 소개한다. 해월헌에는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군자의 마음이 바다와 달을 닮았다는 그의 신념이 담겨 있다.

 

웹진 담은 여름을 맞아 7월에는 ‘바다’, 8월에는 ‘귀신과 괴담’, 그리고 9월에는 ‘토속신앙’을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할 예정이다. 웹진 담은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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