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268세대 1770여명 대피
경북 영양선 흙더미가 주택 덮쳐
10일까지 곳곳에 최대 150㎜ 비
전국 각지에 폭우가 내린 9일 오전 5시12분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작은 하천인 부기천 다리에서 40대 여성 A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산에는 이날 하루에만 오후 5시까지 180㎜의 비가 쏟아졌다. 지난 6일부터 그쳤다 퍼부었다 하는 장맛비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날 충북 옥천군에서 축대가 무너져 내려 숨진 50대 남성에 이어 2명으로 늘었다.
택배업에 종사하던 A씨의 실종 신고는 직장 동료가 했다. 이 동료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 하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하천 인근에서 A씨의 차량을 발견했다. 블랙박스 영상 확인 결과, A씨는 차량이 물에 잠기자 잠시 밖에 나와 서 있다가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쏟아지는 장대비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1326세대 주민 1856명이 대피했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서는 흙더미가 주택을 덮쳐 건물이 반파됐다. 전국에서 주택 등 사유시설이 부서지거나 침수됐다는 신고는 총 38건이었다.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사면 9건, 하천 제방 12건, 도로 4건, 기타 12건 등이다.
가로수가 쓰러지고 빗물이 역류한다는 신고도 속출했다. 전날 오후 10시쯤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던 서울 한양도성 성곽 30m 구간이 무너져 내렸다. 농작물 피해도 컸다. 이날까지 접수된 전국 농작물 피해 신고는 침수가 645.7㏊, 유실·매몰이 44.3㏊다. 장대비가 그친 뒤 시군별 집계가 시작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경남 함양에 호우경보를, 수도권과 서해안을 중심으로 전북과 충남 일부 지역에는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부터 10일 밤까지 전국에 최대 150㎜의 많은 비가 예보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오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가 쏟아지겠고, 오후부터 소강상태를 보이겠다. 광주·전남·경북 북부·경남 서부에 많게는 150㎜ 이상, 전북·대구·경북 남부에 최대 120㎜ 이상 비가 내릴 전망이다. 서울과 인천·경기 남부를 제외한 수도권과 강원 중부내륙·산지에도 최대 120㎜ 이상 비가 내리겠다.
북한이 이날 오전 임진강 상류 황강댐을 방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부는 군부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방류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본부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누적된 강수로 피해 발생 우려가 큰 상황으로, 산사태나 하천 범람, 지하공간 침수 등에 대비해 취약 지역·시설의 선제적 통제와 주민 대피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은 특히 “취약계층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고 비상근무 태세를 확립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간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