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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의 반전, 종이컵에 남은 ‘밑잔’…음주운전 유죄 증거로 인정됐나?

입력 : 2024-07-21 06:20:32 수정 : 2024-07-21 06: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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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종이컵에 남아 있던 ‘액체 냄새’ 맡아본 경찰관의 증언

‘소주’였다는 정황 뒷받침…새롭게 계산한 수치 토대로 원심 파기

음주운전하다 사고를 낸 이후 편의점에서 술을 더 마신 50대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다시 ‘유죄’를 받아 세간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8일 밤, 충북 영동군 소재 한 도로에서 50대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사고 직후 그가 달려간 곳은 병원도, 경찰서도 아닌 근처 편의점이었다. A씨는 편의점에서 소주 2병과 초콜릿 맛 음료수 3병, 과자를 사고 그 자리에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KBS는 전했다.

 

사고 피해자인 택시기사는 A씨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교통사고를 신고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 3시간쯤 지난 다음날 새벽 1시 37분 A씨에 대해 음주 측정을 했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277%로 나왔다.

 

하지만 A씨가 사고 이후부터 음주 측정 전까지 소주를 2병이나 마신 바람에, 사고가 나기 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1심 재판을 맡은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은 A씨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통상적으로 음주 측정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여러 증거로 확인되는 피고인이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술의 도수, 음주 시간, 체중, 성별, 체내 흡수율 등을 고려한 '위드마크 공식'으로 범행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1심 재판부는 경찰에서 측정한 최종 혈중알코올농도 0.277%에서 A씨 사고 이후 음주량을 빼는 방법으로 사고 이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주 2병을 모두 마셨을 때 추정할 수 있는 혈중알코올농도는 0.249%였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0.277%에서 사고 이후 음주로 인한 0.249%를 뺀, 0.028%를 사고 이전 A씨 혈중알코올농도로 적용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부터 적용된다. 결국 A씨는 0.002% 차이로 1심에서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게 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A씨가 사고 이후 편의점에서 소주 2병을 마시면서 종이컵에 술을 조금 남긴 것이 쟁점이 된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사고 이후) 2차 음주 당시 소주 2병을 모두 마신 게 아니라 종이컵 용량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 정도, 약 60~90㎖를 남긴 점을 고려하면 사고 이전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을 진행한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는 사고 이후 경찰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종이컵에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A씨가 편의점에서 산 상품 중 투명한색의 액체는 소주밖에 없었다.

 

사고 이후 종이컵에 남아 있던 액체의 냄새를 맡아본 경찰관의 증언도 이 액체가 '소주'였다는 정황을 뒷받침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종이컵의 크기를 고려해 A씨가 편의점에서 산 소주 2병 가운데 최소 10㎖~많게는 46㎖의 술을 남겼다고 봤다.

 

이 가운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10㎖를 적용하더라도 사고 이후 A씨가 마신 술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최대 0.246%, 이를 최종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 0.277%에서 빼면 A씨 사고 이전 혈중 알코올농도는 0.031%라는 계산이 나온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넘긴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새로 계산한 수치를 토대로 원심을 파기하고, A씨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무려 4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을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며 "더구나 사고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자에게 사고로 상해를 입힌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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