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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필버→거부권 반복… 국회, '승자없는 정쟁' 되풀이

입력 : 2024-07-28 18:29:17 수정 : 2024-07-28 23: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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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증오의 굿판 멈춰달라”
禹의장엔 여야 숙려기간 요청
“결말 뻔한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
與 일부 ‘필버’ 실효성 놓고 자성

野 과방위, 이진숙 주내 추가소환
“97만원 빵 법카 구매 일부 검증
사직 전 무단 해외여행 정황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내내 텅 비다시피 한 본회의장의 모습도 국민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우원식 국회의장)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합니다.”(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

 

여당 주도의 방송4법 필리버스터가 28일로 나흘째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잇따라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국회 상황을 개탄했다. 우 의장은 이날 새벽 본회의장에서 주 부의장의 본회의 사회 복귀를 촉구하던 중 사실상 귀 기울이는 이 없이 ‘혼잣말’이 돼 버린 필리버스터에 대해 자조했다. 야당의 방송4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본회의 사회를 거부 중인 주 부의장은 전날 관련 입장 표명에서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야당의 방송4법 강행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싸잡아 “바보들의 행진”이라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우 의장에게 둘 다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하면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숙려기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흘째 필리버스터… 퇴장하는 야당 의원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문화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하자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야권의 ‘방송 4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고자 신청한 필리버스터가 나흘째 이어졌다. 뉴시스

방송4법 필리버스터가 30일까지 이어져 무려 110시간짜리 필리버스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내에서부터 ‘승자 없는 전쟁’이란 평이 나온다. 거대 야당이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이후 강제 종료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만큼 여당 입장에선 애초에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법안을 저지할 수 없고, 야당 또한 장장 5박6일에 걸쳐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예정된 터라 양당 모두가 소득 없이 괜한 체력만 빼는 꼴이 된단 것이다. 이날까지 방송4법 중 2개 법안(방통위법 개정안·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됐고 첫 번째 방통위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는 24시간7분, 두 번째 방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30시간20분에 걸쳐 각각 마무리된 터다. 세 번째 방문진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는 29일 오전 종료가 예상된다.

 

필리버스터를 주도하는 국민의힘 내에선 피로감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어차피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것이고,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여야 원내 지도부가 뻔히 알면서 왜 계속 반복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는 한 중진 의원이 “어차피 24시간마다 종결 표결을 하면 민주당은 매일 승리의 날이 될 텐데 우리는 매일 열심히 해도 법안이 통과될 테니 패배의 날이 될 것”이라며 “매번 필리버스터를 여는 것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취지로 공개 발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 당번 교대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당장 주 부의장은 입장문에서 여야 지도부를 향해 “우리 의회가 다 망가져도, 여야 관계가 파탄 나도 지켜야 할 기관이 방송통신위원회냐”며 “방송4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 명확하다. 거부권으로 인해 무효화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은 “거부권 남발로 삼권분립과 의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을 망가뜨린 게 바로 대통령 아니냐”며 현 상황의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하는 국회를 방해하는 주 부의장은 그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이 ‘전쟁’이 방송4법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방송4법 필리버스터가 모두 종료되고 불과 이틀 정도 지난 8월1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벼르고 있는 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사회를 보던 중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뉴스1

여당 원내지도부는 벌써부터 우 의장에게 이들 법안을 상정하면 안 된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지난 25일부터 여야 국회의원들과 의장단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며 “이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 의장이) 운명이 뻔히 정해진 법안에 대해서는 상정 안 하시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월1일에도 ‘현금살포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은 상정 안 하셨으면 좋겠다. 그럼 그때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4법 필리버스터는 결국 임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싼 여야 ‘방송전쟁’의 성격이 짙다. 이 전쟁은 본회의에서만 치러지고 있는 게 아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전쟁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검증을 위한 대전 MBC 현장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과방위 야당 위원들은 이 후보자 청문회를 무려 사흘에 걸쳐 진행한 데 이어 주말엔 이 후보자가 사장을 지낸 대전MBC를 찾아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여기서 끝내지 않고 8월2일 과방위 현안질의에 이 후보자를 불러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추궁하기로 했다. 여당은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또 하자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대전MBC 현장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는 부여된 한도를 두 배나 초과해 개인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분에 대한 증빙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심지어 아무 증빙 없는 초과분을 한도와 무관한 접대비로 처리한 분식 행위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사직 직전인 2017년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무단 해외여행 정황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 후보자 대전MBC 사장 퇴임 당일 서울·대전 빵집에서의 97만원 상당 빵 구매 내역까지도 일부 검증했다고 밝혔다. 직접 대전MBC 사장 관사 근처 빵집을 찾았던 이들은 “남아있는 빵마저 얼마 없어, 쓸어 담아 결제했는데도 24만원이었다. 24만원 빵조차 최소 3명이 들어야 할 정도의 양이었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빵을 돌렸단 이 후보자 설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이 후보자가 선결제하고 퇴직 이후 사적으로 유용했을 수 있단 게 야당 과방위원 측 주장이다. 이들은 “오는 금요일(8월2일) 열릴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만큼, 후보자의 거짓말에 대해 법대로 위증의 죄를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29일 과방위 회의에서는 이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을 거치면 현안질의 전에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신분으로 사실상 인사청문회 성격인 현안질의에 응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승환·김병관·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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