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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세계기부지수에 대한 나의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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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07 23:01:53 수정 : 2024-08-07 23: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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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국가든 사회든 어느 공동체 속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이렇게 어느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공동체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자기에게 도움을 주는 이 공동체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한 국가의 국민으로, 세계의 한 시민으로 살아오면서, 늘 나눔과 기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나의 조국 미얀마의 독특한 문화도 한몫한 것 같다.

미얀마는 1962년 군사 쿠데타 이후 경제가 나빠졌고 그 결과 빈곤국 중 하나로 추락했다. 중간에 약간의 희망이 보이기도 했지만 2021년 2월 세 번째 군사 쿠데타로 모든 것은 폐쇄되었고 경제도 바닥을 쳤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미얀마는 세계기부지수가 상당히 높은 나라이다. 국제구호단체 CAP(Charities Aid Foundation)가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미얀마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기부지수 1위에 올랐다. 해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늘 상위 10개국에 들어가 있다. 세계적인 빈곤국 미얀마가 기부지수 1위에 오른 것을 보고 전 세계 사람들은 놀랐다.

나는 이런 기부의 원천을 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얀마 인구의 88%가 불자이고 미얀마 어디에 가든 크고 작은 불교 활동과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는 불교 국가지만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다. 모든 종교의 특별한 날과 행사에는 서로 도와주고 함께 즐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성탄절을 맞아 집 앞에 노래를 부르고 파티를 여는 이웃이 있으면 음식과 기부금을 전달하셨다. 기독교 친구, 이슬람 친구도 불교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상황이 어려운 불자들에게 봉사와 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미얀마 기부문화의 힘은 2020년 코로나19, 2021년 군사 쿠데타 시기에도 여전히 발휘되었다. 2021년 군사 쿠데타로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려도 국가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하지만 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는 기부와 봉사로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려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 사람들은 자기 집 앞에 하얀색 혹은 노란색 기를 매달아 이웃에게 도움을 청했고, 의료진과 이웃 사람들은 그 집 문에다 필요한 약과 음식을 걸어두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또 다른 공동체인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넘는 부자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기부지수는 2021년에는 110위, 2023년에는 88위로 상당히 낮다. 기부 참여율도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감소했으며, 기부 의향도 45.8%에서 37.2%로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는 이런 결과를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매우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한국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 한 번쯤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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