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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에게 ‘보수의 기후정치’를 묻다 [기후가 정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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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0 09:00:00 수정 : 2024-08-10 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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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전문가’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 인터뷰

“기후와 민생 현안의 연결을 고민 중
추석 전 ‘기후물가법’ 발의 준비 중
상설 기후특위, 첫발 떼는 게 중요해
이재명의 ‘에너지고속도로, 진정성 의심
한전 적자 문제부터 답해야”

“기후와 우리 사회의 현안을 연결하는 ‘말’에 대해 자주 고민해요. 그게 제가 지금 생각하는 ‘기후정치’의 방법 중 하나예요.”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7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놨다.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한 기후 전문가’란 평을 듣는 김 의원은 4·10 총선을 앞두고 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된 뒤 “기후정치를 달성하겠다”는 소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의정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여가 돼 가는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치부 기자들이 ‘기후’에 대해 쓰게 만들 때 기후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정치적 메시지를 낼 때 고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예로 든 게 ‘기후물가’였다. 김 의원은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기후물가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물가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현안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그 이면에 자리한 기후위기 문제를 연결해 생각하고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메시지란 설명이다. 

 

김 의원은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이 기후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필요가 있단 점을 강조했다. 기후물가가 겨냥한 농산물 가격 문제만 해도 야당은 “가격 안정을 위해 재원을 푸는 임시 대책만 내놓을 뿐”이란 게 김 의원의 평이었다. 그는 “기후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지면 심각해지지 완화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내년, 내후년을 생각해서 농산물 유통 구조를 손보거나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개량 등을 지원하는 안을 우리 당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개발학을 공부한 김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기 전 비영리 민간단체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당에선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소회가 어떤가.

 

“공부할 게 너무 많다. 현안인 채 상병 순직 문제나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 ‘방송4법’ 등 법안만 해도 그 맥락이나 내용을 빨리 습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가 기후 문제에 대해서만 얘기할 순 없다. 정무적 사안에 대해 제 입장을 계속 내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저 자신을 빌드업해야 제가 말하는 기후 메시지에도 힘이 실릴 거라 생각한다.”

 

—당선 이후 “기후정치를 달성하겠다”고 소감을 밝히셨다. ‘기후정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부 기자들이 ‘기후’에 대해 쓰게 만들 때 기후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환경 정책 관련 보도에선 기후 문제가 자주 다뤄진다. 우리 정치 보도에서 기후가 주요 문제가 되는 일은 드물다. 난 그런 부분을 항상 정치적 메시지를 낼 때 고민한다. 아직 우린 기후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와 우리 사회의 현안을 연결하는 ‘말’을 만드는 게, 내가 지금 생각하는 ‘기후정치’의 방법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 ‘민생’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곧 물가에 대한 거잖아. 그 이면에 기후 문제가 있단 걸 지적할 수 있도록 ‘기후물가’란 말을 찾아낸 거다. 기후 문제를 떠올릴 때 날씨나 일회용품 정도만 떠올리게 해선 안 된다. 일자리, 에너지, 먹거리 등에 다 연결된 사안인데 그 연결을 짚어내는 워딩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하나의 정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물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우리 정부 노력에도 농산물 물가가 제대로 안 잡히고 있는데 그게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건 물가가 오르고 나서 대응하는 게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처를 해야 할 문제다. 폭염, 폭우 등 이상 기상 현상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다. 결국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어느 나라를 가도 물가를 못 잡으면 지지율이 떨어진다. 국민들은 사과, 상추 등을 사러 갔는데 ‘금값’이면 정부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후물가의 문제로서 시급하게 현 고물가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시각에서 양곡관리법·농산물가격안정법 등을 추진 중인 것 아니냐

 

“양곡관리법 등은 돈을 부어서 물가를 안정화하겠단 구상이다. 가격 안정을 위해 재원을 푸는 건 일시적 효과가 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대책이라 볼 수 없다. 난 그 비용으로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나.

 

”정치는 미래를 준비해야 것이어야 한다. 원래 경북 문경이 사과로 유명한 곳인데 이제 사과 재배지가 강원 철원까지 올라왔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지면 심각해지지 완화될 사안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각 지역 농작물 재배 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지역별 토지 변화 상황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문경 사과가 이제 맛이 없다면 그 지역에 맞는 다른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아니면 그 기후나 토지 여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물을 개량해야 하지 않겠나. 농식품부가 이런 대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장 내년, 내후년을 생각해서 농산물 유통 구조를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농식품부와 함께 법안도 준비 중이다. 추석 전에는 그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한다.”

 

—얼마 전 국회 기후특위 상설화 법안을 발의했는데, 야당안보다 기후특위 권한이 작더라.

 

(김 의원 대표 발의안은 국회 기후특위 심사 법안과 예결산으로, 탄소중립기본법·배출권거래제법·기후대응기금을 명시해놓았다. 민주당안은 여기에 더해 신재생에너지법과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등을 추가해놓은 형태다. )

 

“상설 기후특위가 첫발을 떼도록 하기 위해서 현실성을 따져 권한을 정한 것이다. 사실 정부부처 반발 때문에 배출권거래제법 심사 권한을 부여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법은 산업통상자원부도 연관된 법이다. 부처와 법안 관련 논의도 했는데 기후대응기금만 해도 소관인 기획재정부가 뜨뜻미지근해서 우리당 임이자 의원이 ‘반대하는 거냐’고 다그쳐서 기재부 동의를 구한 거다. 제가 발의한 법안에 보면 기후특위가 다른 부처에 필요할 때마다 현안 보고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놨다. 그 권한만 적절히 활용해도 21대 국회 때와는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21대 국회에서 기후특위가 운영됐지만 법안·예결산 심사 권한이 없어 ‘맹탕 특위’란 평이 나왔다). 또 우리 국민의힘도 기후특위 상설화에 대한 의지가 결코 민주당에 뒤지지 않는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계속 살펴보고 계시다. 이번에 관련 법안도 공동발의 인원을 40명까지 모았는데 예상보다 더 많이 동참해주셔서 나경원 의원 등 중진도 더해서 모두 55명이 함께 해주셨다. ”

 

—기후금융특별법도 발의했던데.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인데, 이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저탄소산업으로 가야 한다. 지원이 필수불가결한데 우리 정부에 아직 여기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다 대기업이니깐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저탄소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비용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게 다 투자고 미래세대가 먹고 살기 위한 거다. 이런 인식이 유럽·중국·일본·미국에 다 있다. 거긴 기후 대응에 투자해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자 한다. 일본만 해도 마중물로 20조엔을 태우고 10년간 150조엔을 투자한단 계획을 내놨다. 우린 그런 게 없다. 기후금융의 역할이 거기 필요한 거다. 당장 기후금융을 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게 제 법안의 취지다. 정부가 직접 일부 투자를 일으키고, 정부 보증이 있으니 정책금융인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뒤따라 돈을 태우면, 해외에서도 수익에 대한 신뢰가 생겨서 투자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은 어떻게 보나.

 

(최근 당대표 선거 중인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재생에너지 생산·공급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전력망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되면 전국에서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판매할 수 있게 돼 지방에서 ‘햇볕·바람 농사’를 통한 ‘햇볕·바람 연금’를 받게 된다는 게 이 전 대표의 구상이다.)

 

“나는 이 전 대표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결국 전국에 지능형 전력망을 깐다는 건데 그 비용 얘기는 왜 안 하나 모르겠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한전(한국전력)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하는 거다. 누적 적자가 수십조원인 한전이 지능형 전력망 구축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지에 대해 답을 해야 하는데, 지금 현실적인 건 재생에너지 수요가 있는 민간 기업이 투자하는 안이다. 그런데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전력망 사업을 민간에 넘기자는 것이냐면서 민영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의 에너지 고속도로 주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생략돼 있다.”

 

—정부여당이 비교적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홀한 것 같다.

 

“야당의 프레임이다. 실제로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나만 해도 1호 법안이 해상풍력특별법이다. 조만간 영농형 태양광 보급과 관련한 법안도 발의가 될 거다. 우리가 계속 ‘재생에너지 핍박 정부’란 프레임에 갇혀 있는 듯해서 많이 답답하다. 민주당의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공세가 대표적이다. 그건 기후사대주의의 전형이다. 애플 같은 미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느 정도 수월하니깐 괜찮은데 그들이 자신들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RE100 참여를 요구하는 상황인 거다. 이건 사다리 걷어차기다. 이런 RE100을 아무런 의심 없이 교조주의적으로 떠받드는 건 우리 국익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정치가 기후에 답하는 그 날까지 씁니다, 기후가 정치에게.

글=김승환·유지혜 기자, 사진=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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