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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련 부품정보 투명공개… 막연한 불안감 잡아야

“전기차는 불나더라도 끄기 쉽게 가급적 주차장 정문 쪽에 주차하도록 합시다.”

“충전소는 다 안쪽에 있고 정문 쪽은 항상 만차인데 그게 가능할까요?”

“미래에 신차는 대부분 전기차로 나올 텐데 차라리 전기차 구역을 다른 층으로 모으죠.”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입주민 단톡방에 연일 전기차 주차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전기차와 충전소는 단톡방의 ‘사골급’ 주제였다. 자리가 없어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했는데 누군가 바로 신고해서 속상하다는 푸념에 더 지하로 가서 주차하면 되지 않냐는 면박, 반대로 주차 공간도 없는데 전기차는 빈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해 달라는 제안에 과태료 대상이라는 반박 등.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차주 모두 넉넉하지 않은 주차 공간 안에서 서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이번 전기차 화재는 그 규모와 피해가 어마어마해, 사회 곳곳에서 전기차를 둘러싸고 부글대던 갈등을 수면 위로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는 내 일상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공포증(포비아)까지 더해졌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12∼14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도 이러한 심리가 잘 나타난다. 전기차 보유자는 ‘화재 사고에 대한 배상책임 소재’(53%·복수응답), ‘화재 발생 불안감’(45%), ‘내연기관차 보유자와의 사회적 갈등’(29%),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33%), ‘주거·일터의 주차문제’(24%)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갈등을 유발한 주제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주차와 충전’이다. 보유자는 주차·충전 찬성이 각각 66%, 59%인 반면, 비보유자는 반대가 각각 67%, 75%로 갈렸다.

같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앞서 7∼11일 실시한 1차 조사와 비교했을 때 지하주차장 주차·충전 찬성률이 소폭 올라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배상책임 소재와 화재 발생 불안감 우려도 모두 낮아졌다. 화재 초반의 공포심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어느 정도 대처 가능한 사고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번 화재 이후 배터리 제조사 공개 요구가 높아지며 국내에 승용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일제히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부품 제조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밝히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을 깬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였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과거 차에서 발생한 큰 결함이나 사고 대처에 미온적일 때 한국 소비자의 역풍이 얼마나 거센지 경험한 본사에서 빠르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배터리를 넘어 차량의 영역인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기능도 공개되고 있다. BMS는 배터리를 정밀하게 제어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그동안 내연기관차에 비해 크게 부족했던 전기차 바로 알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나아가 셀, 모듈, 팩 등 제작 단계별 정보와 구성 물질 등의 정보도 필요하다. 모두 전기차 성능과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전기차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기마다 막연한 포비아는 항상 따라다녔다. 한편에서는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면서 소비자만 고민하게 만드는 불안요소를 이참에 불식시켜야 한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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