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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극우 성향 중용하며 잇단 논란
강성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한 탓
포용·통합의 정치와는 담쌓게 돼
빈번한 교체는 철학 부재에 기인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인사는 논란의 연속이다. 인사를 할 때마다 뒷말과 쑥덕거림이 무성하거나 보수·진보진영 간 극심한 갈등을 낳는다. 고용노동부 장관, 독립기념관장 인선부터 갑작스러운 외교·안보진용 개편까지 시끄럽지 않은 경우가 없다. 4·10총선에서 윤 정권이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후 윤 대통령은 “국정 쇄신”을 다짐했다. 쇄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수단이 인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최근 인사도 쇄신은커녕 민심 역행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국가안보실장 승진,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의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이동은 윤 정부 인사 난맥의 결정판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만 해도 정권 출범 이후 2년3개월 동안 벌써 네 번째다. 김성한(10개월)· 조태용(9개월)· 장호진(8개월) 전 실장의 재임 기간은 평균 9개월에 불과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인사 배경을 제대로 밝힌 것도 아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하나마나한 설명만 내놓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게 국제 정세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교체할 것인가.

남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는 외교·안보진용 인사는 어느 분야보다도 안정적이고 신중히 해야 한다. 우리 국가안보실장의 상대인 미국 백악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4년째 재임 중이다. 일본의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보국장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신 신임 실장도 과거 극언과 막말로 물의를 빚었고, 이 때문에 장관 임명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앞서도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를 되풀이했다. 작년 말에는 기용한 지 28일 만에 이관섭 정책실장을 돌연 비서실장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총선에서 패배하자 다시 넉 달 만에 비서실장을 정진석 전 의원으로 교체했다. 지난달에는 대통령실 대변인을 또 바꿨다. 2년2개월 만에 네 번째 대변인이다.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하므로 쉽게 바꾸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윤 정부의 대통령실 대변인은 재임 기간이 평균 8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이념 편향적 인물을 반복해 등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론 분열을 불러온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더불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문수 노동부 장관 인사가 대표적이다.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독립기념관 수장을 광복회 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인물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작업도 하지 않고 왜 앉혔는지 모를 일이다. 방통위에 극우 논란의 위원장을, 노동부에 반노조 성향의 장관을 발탁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극력 반대해 온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인권위원장 후보자 지명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 방향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국민 메시지다. 번번이 극우 성향 논란에 휘말린 인물을 기용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이 기회가 될 때마다 ‘검은 선동세력’(15일 광복절 경축사) ‘반국가세력’(19일 국무회의)이라며 날세워 반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면초가의 위기 국면에서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고 ‘확실한 내 편’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치·탕평과는 담을 쌓을 수밖에 없게 된다.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이런 인사로 돌아선 민심을 다시 얻기 어렵다.

인사가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종잡을 수 없이 빈번하면 종국에는 인사권자의 철학 부재와 식견 부족을 지적하게 된다. 일련의 이상한 인사들은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이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윤 정부는 지난 2년간 국정 기반이 많이 약화됐고,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통인사·독단인사였다. 그런데도 전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젠 국민에게 박수받는 참신한 인사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무난한 인사라도 봤으면 좋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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