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계곡 살인사건’ 피해자 윤모씨가 가해자 이은해의 딸을 입양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 부친은 사건 이후 암 판정을 받았는데, 이 판결을 기다리다 최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가정법원 가사4단독 양우진 부장판사는 28일 윤씨(사망 당시 39세)의 유족이 이씨의 딸 A양을 상대로 제기한 입양 무효 소송에서 “2018년 7월 수원시 영통구청장에게 신고한 입양을 무효로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앞서 2022년 5월 이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이씨가 낳은 딸이 피해자 윤씨의 양자로 입양된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의 양자로 입양된 이씨의 딸과 관련한 가족관계 등록사항을 정리해 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유족은 검찰과 별개로 입양 무효 소송을 직접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이 동일 소송을 제기한 만큼 검찰에 소송취하 검토를 주문했다.
이씨는 2017년 3월 윤씨와 결혼한 뒤 이듬해 6월 딸(2011년 출산)을 윤씨의 양자로 입양했다. 유가족 측은 소송 이유에 대해 “혼인을 전제로 A양을 입양했는데 이씨의 살인사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씨는 고인과 혼인할 의사 자체가 없었고, 혼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고인과 이씨 간 법률적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윤씨의 보험금과 상속, 사망보험금이 이은해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피고 측은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윤씨의 매형 박모씨가 법정을 찾았다. 박씨는 취재진에 “오늘 판결로 실제 당사자인 장모님과 아내가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며 “장인어른이 아들을 잃은 직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암에 걸리셨고 판결을 기다리시다가 최근에 돌아가셨는데 소식을 전하러 주말에 뵈러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유족과 이씨의 딸은 서로 교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씨 딸에 대해) 서로 각자 인생을 살며 행복한 길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애초 인천가정법원에 배당됐으나 가사소송법에 따라 A양의 양부모인 윤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거주한 주소를 관할하는 수원가정법원으로 이송됐다. 윤씨는 2016년 이씨와 함께 살 신혼집을 인천에 마련했지만, 사망 전까지 수원에 있는 한 연립주택 지하 방에서 혼자 지냈다.
이씨는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으로 구조 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명보험금 8억 원을 챙길 목적이었다. 이씨와 조씨에 대해선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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