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 연계 등 고려를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의 대법원 유죄 판결로 10·16 재보궐 선거의 판이 커졌다. 당초 기초단체장 보궐선거(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와 재선거(전남 영광군, 곡성군)만으로 치러질 예정이던 선거에 갑자기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가 추가된 것이다. 후보 등록이 이달 26일부터 이틀간 시행되고 선거운동은 10월3일부터 선거일 전 자정까지 하게 되니 이제 불과 한 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2007년 교육자치제 실시 이후 교육감은 교육청의 장이 아니라 스스로 지방교육 자치기관이 되고, 관련 법률에 따라 시도 교육청은 교육감의 보조기관이 되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행정기관의 장(특별 및 광역시장과 도지사)과 교육기관의 장(교육감)으로 이원화됐고, 교육감에게 전국적인 교육정책의 범위 내에서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에 관한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됐다. 교육자치 이후 차관급 대우를 받는 교육감은 광역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4년 임기에 3선까지 연임할 수 있고, 조희연 전 교육감은 2022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세 번째 당선됐다.
그가 세 번이나 당선된 이유는 물론 표를 가장 많이 얻었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 이유는 진보진영의 후보들은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보수진영의 후보들은 단일화에 실패해 두세 명의 후보가 난립했기 때문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관심도가 떨어져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들이 허다하다. 지난 세 차례에 걸쳐 보수진영은 복수의 후보들이 난립했고, 진보진영은 단일후보만 나섰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선거와는 달리 교육감 선거는 투표용지에 정당도, 기호도 없이 이름만 인쇄되는데, 그 이유는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치와 분리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교육감의 이념적 정체성이 당선의 기준이 되고 당선된 교육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17개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정책 방향이 달라진다.
교육자치도 좋지만 교육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달라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극단적 이념 양극화는 교육자치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이루어진 극단적 이념 대립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교육감 선거를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다. 벌써 보수와 진보진영에서 후보 단일화를 강조하며 단일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단일화 여부는 후보들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진영 3인의 후보가 얻은 표는 조희연 전 교육감이 얻는 38%를 훌쩍 넘는 52%에 달했지만 결과는 조희연 후보의 당선이었다. 조 전 교육감은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의 위법성으로 인해 자리를 잃었는데, 이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의 조건이었던 의혹이 있다. 사실이라면 결국 후보 단일화를 위해 정략적으로 약속한 것을 이행하다가 유죄가 확정되어 물러난 것이다.
교육감 선거를 이대로 계속한다면 동일한 일은 반복될 수 있다. 실제로 조 전 교육감 이전에 곽노현 전 교육감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불법성으로 인해 중도 하차했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정치적 거래에 따라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얻은 자리에서 교육정책을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동안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율도 매우 낮은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로 비난받아온 교육감 선거를 이대로 지속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교육감 선거를 광역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연계시키거나 선거 자체를 없애고 당선된 광역자치단체장이 추천하고 광역의회에서 과반수 득표로 선출하도록 바꿀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정치와 무관한 인사로서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전문인으로 자격을 한정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아 청소년 교육의 수장 자리까지 정치판에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인 인사들이 차지하는 것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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