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 포기 가격이 2만 원이 넘는 배추가 등장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여름 기나긴 폭염과 폭우까지 겹쳐 배추 작황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23일 “오늘 거래처에서 배추 세 포기를 4만5000원에 떼왔다.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에 가면 배추는 포기당 2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우리 가게는 매일 겉절이를 새롭게 내놓아야 해서 배추가 비싸다고 안 쓸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배춧값을 두고 ‘배추가 한 포기에 2만원’, ‘배추 가격이 미쳤다’는 등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실제 이날 배추 10kg 기준 도매가는 4만1500원으로 4만 원을 돌파했다. 평년(2만785원)의 2배 가량이다. 급격히 오른 도매가에 물건을 확보한 농협하나로마트 일부 지점에서는 배추 한 포기가 2만2000원, 3포기가 든 한 망이 5만9800원의 가격표를 붙인 채 매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aT가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하나로마트 등 각 유통사에서 조사한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9321원이었다. 소비자 체감 물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aT의 1년 전 조사 가격과 비교하면 50.5% 비싸고 평년과 비교하면 29.2% 높은 수준이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대형마트에서 실시하는 할인 행사 등으로 가격이 소매가격이 내려간 측면도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본사 직영점 등은 별도 물류센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산지에서 확보한 물량을 상대적으로 싸게 팔 수 있다. 이들 마트에선 지금도 할인 행사를 통해 포기당 7000~8000원에 판매한다. 그러나 주 후반에는 현재 보다 20%가량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마트 관계자는 “날씨 때문에 작황이 부진해 물량은 없는데 수요가 폭증하는 김장철이 돌아와 어쩔 수가 없다”며 “배출 한 포기당 1만원이 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배춧값 강세는 이달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진 데다 일부 재배지에서 가뭄이 겹치면서 물량이 부족해진 데 따른 것이다. 여름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5.3%, 평년 대비 4.9% 줄었다. 가을배추 역시 재배 의향 면적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춧값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다음 달 2일까지 정부 할인 지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하순부터 해발 600m 이하 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되고 다음 달 상순에는 출하 지역이 늘어 배추 공급이 늘고 품질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김장철 배추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김장에 쓰는 가을배추에 대한 생육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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