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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식탁 마주하고도 혼란만 증폭… 현안 해결 의지 의문

“오늘 급식 메뉴는 뭔가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의 촌철살인 음식평이 화제다. ‘채소의 익힘 정도’를 지적할 정도로 냉철한 기준을 지닌 그는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 조리사 출신 ‘급식대가’의 음식을 맛보기 전 이 한마디로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쟁쟁한 요리사들 앞에서 자칫 주눅이 들 수 있을 참가자를 향한 배려가 느껴졌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최근 인기몰이 중인 이 프로그램은 호텔급 식당에서 즐기는 파인다이닝 요리사를 백수저로, 일상 속 대중음식점 요리사를 흑수저로 나눠 계급장을 떼고 오직 요리로만 실력대결을 펼친다. 이들에게 주어진 다양한 재료로 제한된 시간 안에 요리하고 평가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의 심사 방식도 눈길을 끈다. 초반 80명의 흑수저 도전자는 전문가 2인의 개별 평가로 걸러졌다. 이후 총 40명의 흑·백수저 요리사 대결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안대를 쓰고 오직 미각으로만 평가한다. 대중음식의 대표주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파인다이닝의 상징 안 셰프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안 셰프는 급식대가의 요리를 맛본 뒤 “어렸을 때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평가에서는 생존 결정을 보류했다. “제가 감정에 몰입돼 잘못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게 이유였다.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만찬 회동을 보며 이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공정’과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등장한 두 정치인이 우여곡절 끝에 식탁에 마주 앉았지만 의료·연금개혁 등 개혁 과제, 가족 문제, 금융투자소득세나 부동산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합의점을 찾기 위한 토론이나 설득도 없었다. 만찬 후 양측의 입장차만 더욱 부각됐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만 혼란스럽다.

 

정치인을 요리사에 비유한다면, 그들이 내놓은 정책과 메시지는 정찬이다. 국민은 언제나 그 맛을 냉철하게 평가한다.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 미각이나 판단력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요리가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렸는지, 적절한 방식으로 요리했는지, 그 익힘 정도는 적당한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진정성, 평가자들의 전문성, 그리고 공정함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대통령과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여당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백요리사에서 탈락한 참가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요리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홍어라는 어려운 재료를 받아든 이탈리아인 요리사도 불평하지 않았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이라면 이들처럼 겸손한 자세로 반성하고 개선의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당정이 용산 야외 정원에서 만찬을 즐기는 동안에도 남부지방 수재민들은 수마가 할퀸 상처에 고통받았고, 응급실을 지킨 의료인들은 번아웃을 참아내며 환자 돌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구급차를 타고 표류하는 국민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민은 지금 정부·여당에 묻고 있다. 진심을 담아 정책을 요리하셨나요.


조병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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