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 관계자 4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자 유가족들은 “무책임으로 일관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무죄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용산구청이 업무상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 “피고인들은 참사 불과 2주 전 100만명이 몰렸다는 이태원지구촌축제에 1000명이 넘는 용산구청 공무원들을 동원해 인파를 관리하고 축제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 있는 자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참사는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사회를 위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국민이 사법에 부여한 막중한 역할”이라고 했다.
단체는 “오늘 법원은 안전사회를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저버렸다”며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부당한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한다. 오늘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무죄 판결을 본 유가족들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특조위)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특수본과 검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그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를 갖고 오늘의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예견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해서 특조위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제 우린 특조위 결과를 통해 이들의 잘못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 구청장이 무죄 판결 선고에 유가족들은 “이게 나라냐” “아무 것도 안 했잖아”라고 울분을 토해내며 박 구청장의 차량을 둘러싸고 강력히 항의했다. 일부는 법원 앞에 누워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박 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참사 현장 도착 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도 박 구청장의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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