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당시 충남 아산과 전북 전주·군산 등지에서 130여 명의 민간인이 집단 희생된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9일 진실화해위는 전날 제88차 위원회를 열고 충남 아산, 인천, 전북 전주·군산, 경북 예천·칠곡 등지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들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충남 아산에서는 67명의 민간인이 부역 혐의 등으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살해됐다. 이들은 1950년 9월28일 수복 후 이듬해 2월까지 아산군 배방면과 영인면에서 인민군 점령기 부역자의 가족이거나 부역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집단 살해됐다. 희생자 중에는 10세 이하 어린이와 전업주부도 포함돼 있었다.
아산 사건의 경우 최근 발굴된 유해와 DNA 비교를 통해 70년 만에 일부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 전주·군산 형무소 사건에서는 1950년 7월, 상당수가 ‘정치·사상범’으로 분류됐던 재소자들이 군경에 의해 집단 살해됐다. 당시 “정치·사상범은 석방하지 말고 군경에 인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재소자들은 전주 덕진구 공동묘지·건지산 일대, 군산 옥서면 비행장 일대 등에서 희생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관인 군인과 경찰이 형무소 재소자들을 법적 근거나 적법한 절차 없이 인도받아 살해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인천 지역에서는 1950년 7월부터 10월 사이 강화군, 인천시 등에 거주하던 주민 7명이 기독교인, 우익인사, 인민군 비협조 등의 이유로 북한 지역으로 납치됐다. 이 중 1명만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 6명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경북 예천·칠곡 등지에서는 1950년 6월부터 8월 사이 주민 13명이 국민보도연맹원 또는 요시찰인이라는 이유로 예비검속돼 군경에 의해 집단 살해됐다. 이 밖에도 전북 고창에서 9명, 전남 광주·담양에서 12명, 전북 순창에서 13명의 민간인이 군경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된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번에 밝혀진 민간인 희생 사건들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권고했다. 또한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모사업 지원, 역사 기록 반영,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요청했다. 특히 인천 지역 사건과 관련해서는 북한 정권의 사과를 촉구하고,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적 기록 정정을 권고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이번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70년 넘게 묻혀있던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의 진실이 드러났다”며 “국가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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