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10곳 중 6곳은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영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66.3%를 차지했다. ‘사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도 3.1%가 있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수출시장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피해유형은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물류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30.5%)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대중 기업은 ‘해외시장 접근제한 및 매출 감소’가, 미국과 러시아 대상 수출입기업들은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 유럽연합(EU)과 중동 수출입기업은 ‘물류차질 및 물류비 증가’를 피해유형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상시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대응전략에 대해 57.8%가 ‘비용절감 및 운영 효율성 강화’를 꼽았다. ‘대체시장 개척 및 사업 다각화’(52.1%), ‘공급망 다변화 및 현지조달 강화’(37.3%), ‘환차손 등 금융리스크 관리 ’(26.7%), ‘글로벌 사업 축소’(3.3%) 등을 대응방안으로 고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들에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훼손이 기업들의 생산 절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대체 조달시장 확보 및 국산화 노력이 지속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단기적으로는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바우처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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