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취소…파주 접경지 주민·특사경이 막아
납북자가족모임 “계획 취소…풍선 아닌 드론 사용 추진”
김동연 지사, 유럽 순방길 긴급 지시…경기도 “강력 대응”
경기 연천군, 대북전단 살포금지 조례안 폐기…주민 반발
北 2014년 10월 대북전단 풍선에 사격…주민 대피 등 대치
평양 상공의 무인기와 우크라이나 파병 등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경기도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위험구역’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31일 경기도에 따르면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파주지역에서 예고한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했다. 도 특별사법경찰과 경찰, 접경지역 주민들이 이들의 진입을 막으면서 당초 계획이 무산됐으나 충돌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2013년 이후 10년 넘게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전단 살포를 참아왔는데 여태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 납북자가족모임 “범죄자처럼 다뤄…무관심에 살포 결정”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날 오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관광지 국립6·25납북자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우리를) 범죄자처럼 다루며 사법경찰과 도지사가 살포행위를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면서 “다시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고 풍선이 아닌 드론을 사용한 행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날 국립6·25납북자기념관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를 상징하는 요코타 메구미와 한국인 고교생 납북자 5명, 최 대표 부친의 이름과 사진 등이 실린 대북전단 10만장을 1달러 지폐 등과 함께 살포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해 전단 살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네덜란드 숙소에서 김성중 행정1부지사에게 특별 지시를 내려 “한반도 긴장 고조에 따른 도민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부지사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북부경찰청 기동대와 경기특사경, 소방 등 800여명이 배치됐다.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 등 접경지역 주민 100여명도 트랙터를 동원해 도로를 막았다. 트랙터에는 ‘북한의 소음방송, 민통선 주민 못 살겠다’는 호소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장을 찾은 김경일 파주시장도 “지금 대성동 주민들은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도 못 할 끔찍한 대남확성기 공격을 받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이날 실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납북자가족모임이 조만간 다시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개최한다고 예고하면서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 김동연 “도민 안전 최우선”…신천지 행사·납북자단체 전단 막아
전날 3만명이 운집할 예정이던 종교단체 ‘신천지’의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행사도 김 지사의 긴급 지시로 행사 하루 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을 책임진 경기관광공사는 이 행사가 애드벌룬, 드론 등을 띄우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북한을 자극할 요소가 다분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도민 안전을 우려해 파주·연천·김포의 접경지 3개 시·군 11곳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처럼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연천군의회는 지난달 27일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군수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를 거쳐 결국 폐기됐다.
북한은 10년 전인 2014년 10월 한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이 담긴 풍선을 날리자, 연천 지역에서 풍선을 향해 고사총 사격을 했고,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서며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대치상황이 빚어졌다.
최근 북한은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다시 휴전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런 우려가 제기됐고 김 지사는 위험구역 설정을 위한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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