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잔혹사’ 동료·후배 죽음으로 내몬 피고인들 [사건수첩]

20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전·현직 직장동료에게 앙심을 품고 흉기로 찌르거나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들은 잇따라 재판에 회부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직장 후배인 피해자 고(故) 전영진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했다. 또 16차례에 걸쳐 협박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4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내일 아침부터 맞아보자”,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대야”라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욕설도 쏟아냈다.

전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5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직장 상사인 피고인에게 거의 매일 시달렸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며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내지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전씨의 사망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 유족은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전씨가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 지난 9월 산업재해로 인정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11부 고상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B(50)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였다.

B씨는 지난달 9일 오전 7시 34분 광주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승강기 앞에서 직장 후배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직장 후배 집 앞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직장에서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직장 후배가 자신을 회사에서 매장시키려고 한다는 오해를 하고 배신감에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B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우연히 만난 전 직장동료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C(35)씨에 대한 첫 공판도 열었다.

C씨는 지난 9월 20일 광주 광산구 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전 직장동료를 넘어뜨려 폭행, 숨지게 한 혐의다. 그는 직장 근무시절부터 감정이 좋지 않았던 피해자를 우연히 만나 다툼을 벌이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춘천∙광주=배상철∙한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