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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항속거리가 짧았던 시절, 적진을 효과적으로 공습하기 위해선 새로운 개념의 배가 필요했다. 바로 항공모함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항모 보유는 해군력의 상징이 됐다. 바다에 떠 있는 요새로 지금도 위력을 과시한다. 나름대로 단점도 있다. 바다를 무대로 하다 보니 기동성이 떨어진다. 이를 만회하려면 목표 해역에 일찍 도착해야 하고, 한번 출항하면 장기간 해상작전을 펴야 해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강대국들은 하늘에서 항공모함과 같은 역할을 해줄 공중항모를 꿈꿔 왔다. 영국은 1920년대에 R33이라는 이름의 대형 비행선을 제작한 뒤, 여기에 소형 항공기를 탑재해 운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공중항모로 유명했지만, 실상은 민망한 수준이었다. 조종사가 비행기에 탑승한 채로 여러 개의 갈고리를 이용해 비행선에 매달려 있다가 분리된 뒤 출격하는 방식이었다. 더구나 비행선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고도 잦아 실전 배치로 이어지진 못했다.

미국도 1930년대 해상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비행선을 개발해 공중항모의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중항모의 원조 격인 아크론과 마콘이다. 하지만 등장 이후 2년 만에 두 비행선이 추락하면서 미국은 공중항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무인기의 모선 기능을 할 수 있는 공중항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DARFA(고등연구계획국)의 ‘그렘린(Gremlin)’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지난 12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열린 제15회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서는 ‘무인 공중항모’로 불리는 주톈(九天)이 첫선을 보였다. 25m 길이 날개에 8개의 무기 탑재 장치를 갖춘 대형 드론이다. 본체 옆에 대량의 소형 드론을 실을 수 있는 캐빈이 장착됐다.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소형 드론을 투하해 실전에서 벌떼식 드론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그래도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타격력으로 AI(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무인 공중항모의 등장이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예사롭지 않다.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디스토피아(dystopia·반(反)이상향)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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