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길 가던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대성(30)이 2차 공판에서도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26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용규)에서는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대성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박대성의 변호인은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살인 혐의 자체는 인정했지만, 범행 이후 술집과 노래방 등을 찾아 추가 살인을 계획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였다”며 “당시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해하지만, 범행의 고의성과 목적은 별개의 문제”라며 “법률적·사실적 쟁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대성에 대한 세 번째 재판은 다음 달 10일 오후 5시, 동일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새벽 0시 42분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도로에서 길을 걷던 A양(17)을 약 800m 뒤쫓아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범행 이후 박대성은 흉기를 소지한 상태로 다른 여성들을 노려 추가 살인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홀로 영업장을 운영하던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아 주점과 노래방에 들어가 술을 주문하거나 방으로 업주를 부르는 등의 방식으로 2차 살해를 계획했다.
검찰은 박대성이 이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흉기를 숨긴 채 살해 기회를 엿봤다고 보고 있다.
박대성의 혐의는 명백한 살인 외에도 범행 직후 추가 살인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주장이 법적 고의성을 둘러싼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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