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격이 한순간에 추락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산업화·민주화의 국제사회 우등생 한국의 이미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동맹국 미국과 북핵 대응 군사훈련이 연기되고 주요국 지도자들의 방한 계획도 취소되는 등 외교·안보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주식시장과 환율이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대외 신뢰도 하락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4일 국방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다음 달 워싱턴에서 예정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이 무기한 연기됐다. 또 이번 계엄 사태로 한국은 최소한 당장은 ‘외교 기피국’이 됐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6일 방한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및 부처 장관들이 일정을 연기했다. 이달 중순으로 잡혔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도 취소됐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방한 기간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며 스가 전 총리도 15일부터 이틀간 윤 대통령과 면담 및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논의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모두 향후 일정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한국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내년 1월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 한국 방문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결국 외교적 손실이자 상대국에도 결례라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현재 계엄이 해제된 상황인 만큼 주요국과 외교 일정 및 협의는 차질 없이 관리할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오늘(4일) 본부 및 전 재외공관에 국내 정치상황에 동요됨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지시하는 지침이 나갔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로 이날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밤 1440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정국 불확실성에서 빚어진 원화 가치 하락세는 피할 수 없었다.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7.2원 오른 1410.1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1.98% 하락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을 각각 4082억원, 148억원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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