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7P나 ‘뚝’… 전국 평균 16.2P 하락
주택담보·중도금 대출 규제에 관망세
전국 아파트값 하락… 서울 오름폭 주춤
대내외 불확실성에 주택시장 침체 우려
“상승·하락 혼재… 지역맞춤형 정책 필요”
올여름 이후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대던 분양시장에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 속에 수도권 아파트분양전망지수가 한 달 새 20포인트 넘게 곤두박질친 게 대표 신호다. 여기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및 경기 둔화 우려 확대도 분양시장 전망을 갈수록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5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한 이달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82.0으로 전월 대비 16.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0월 99.3까지 올랐던 지수가 두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다.
주산연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분양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을 밑돌면 그와 반대 상황을 나타낸다. 특히 수도권의 지수 하락세가 가팔랐다. 수도권 지수는 지난달 108.8에서 이달 83.4로 25.4포인트 급락했다.
수도권 지수는 7월 88.5에서 8월 104.3으로 기준선(100)을 넘어선 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위기에 발맞춰 10월 121.0까지 치솟았으나 11월(108.8)부터 오름세가 꺾였다.
인천(114.8→77.4)의 분양전망지수는 한 달 새 37.4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서울(108.3→89.5)과 경기(103.2→83.3) 모두 지수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섰다. 비수도권 지수는 같은 기간 14.2포인트(95.9→81.7) 하락했다.
주산연은 “올해 8월 중순 이후 계속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및 잔금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분양과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연속 인하를 단행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은 여전한 상황인 만큼 수요자들의 금리 부담이 시장 전망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대출 규제 강화 여파에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진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첫째 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11월 셋째 주 들어 27주 만에 하락 전환한 후 3주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각각 0.04%, 0.01% 상승하는 데 그치며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 폭을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37주 연속 상승했으나, 올해 9월 정부가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에 나선 이후 오름폭은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시장은) 재건축·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거래가 포착된다”면서도 “대출규제 등에 따른 매수 관망 심리로 거래 소강상태를 보이는 단지가 혼재하는 등 시장 상황이 혼조세를 보이며 지난주 상승 폭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경기 둔화 속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주택시장 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전방위적 규제가 지방 경기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별 여건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현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지역적인 여건에 따른 맞춤형 금융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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