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소회를 전하며, 공직자들과 정치권에 대한 당부로 담화를 마무리했다. 정작 탄핵안 가결의 배경이 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과는 이번 담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약 4분30초 분량의 담화문을 통해 “오늘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2021년 6월 29일이 떠올랐다”며 운을 뗐다. 이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다. 자영업자의 절망,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다”며 정치 입문 당시를 회상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되어 현장의 국민을 만나보니 전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부동산 영끌대출로 청년들과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만 차분히 어려운 사정을 챙겨 듣고 조금씩 문제를 풀어드렸을 때, 그 무엇보다 큰 행복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경제와 관련해선 “수출이 살아나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조금씩 온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자신의 임기 2년 반 주요 성과로 “무너졌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시켜 원전 수출까지 이뤄냈다”며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선거에 불리할까봐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외교 성과도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고 글로벌 외교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밤낮 없이 뛰었다”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타이틀을 달고 세계를 누비며 성과를 거둘 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 안보와 경제가 튼튼해지는 모습에 피곤도 잊었다”고 회고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심경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고되지만 행복했고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그 여정을 잠시 멈추게 됐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자들을 향해서는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며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담화 말미에서 윤 대통령은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를 향한 질책,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변론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며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라며 담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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