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등 떠밀리는 모양새도 거부감
야권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으로 24일을 못 박은 데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사진) 국무총리 측은 “24일까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으로 파악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24일까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묻자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특검법 거부권에 관한) 논의는 안 해봤지만 헌법과 법률과 ‘주어진 시간’ 내에서 심사숙고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며 특검법과 관련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법이 정한 1월1일까지로 보고 있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결정 시한이 1월1일까지로 남아 있는 만큼 숙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야당에 떠밀려 급히 결정한다는 여권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법안과 관련해서도 한 권한대행은 당초 17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하겠다”는 취지에서 법안 상정을 미뤘다. 이후 1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과 총리실은 거부권 행사 판단 기준으로 헌법·법률·국가의 미래 세 가지를 제시한 상황이다. 특검법안들에 대해서도 야권의 정치적 압박에 휘둘리기보다 이들 기준을 바탕으로 객관적 판단을 내리겠다는 것이 한 권한대행 측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만일 야권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를 추진할 경우 가결 요건이 어떻게 되는지를 둘러싸고 해석이 엇갈린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르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야 하고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와 달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가결 기준은 법에 별도로 규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 탄핵에 대통령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국무총리로서의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만일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기준을 국무총리와 동일하게 과반수(151석) 찬성으로 볼 경우 현재 170석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수 있다. 여야는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저희가 직접 해석할 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권한대행 탄핵 사유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 수행일 경우 대통령과 같은 200석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지만 탄핵 사유가 총리로서의 직무 수행이라면 151석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야당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의 주요 사유로 들고 있는 ‘내란죄’는 국무총리로서의 직무 수행과 관련 있기 때문에 151석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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