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전농투쟁단 10대
관저 인근 한강진역까지 도달
“국민, 농민 승리했다” 환호터져
1박2일 경찰과 남태령서 대치
시민 합류 이어지며 연대집회
“주변사람들과 손잡고 버텼다”
결국 봉쇄 풀리며 행진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의 트랙터 10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코앞까지 진출했다가 되돌아갔다. 전농 소속 트랙터는 앞서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시내 진입을 막는 경찰과 28시간 대치했다.
22일 오후 6시50분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농의 트랙터 행렬이 대통령 관저 인근인 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을 지나자 함께 했던 시민들은 “국민이, 농민이 승리했다”며 환호했다. 트랙터들은 경적을 울리며 화답했다.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가 끝난 뒤 곧장 남태령고개로 이동해 시위대와 24시간을 함께했다는 이승연(22)씨는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윤석열 퇴진을 바라는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전농에 따르면 ‘전봉준투쟁단’은 16일 경남 진주와 전남 무안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30여대를 몰고 서울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이 서울에 다다른 것은 전날 낮 12시쯤인데, 경찰은 경력과 차량 등으로 남태령고개의 과천대로 일대를 봉쇄했다. 당초 투쟁단은 서울로 진입해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 탄핵 집회 장소로 향할 계획이었는데, 경찰은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제한 통고’를 했다.
농민들은 버스를 동원해 진입로를 막아선 경찰과 1박2일간 대치했다. 약 28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경찰과 트랙터 행진 협상에 타결했고, 4시40분쯤 경찰 차벽이 철수했다. 30대 중 행진을 재개한 전농 트랙터 10대는 동작대교와 반포대교를 거쳐 큰 사고 없이 한강진역에 도달했다. 전농은 오후 6시부터 한강진역 부근에서 시민 1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탄핵 촉구 집회를 이어갔다. 농민들은 추가 집회나 행진 없이 트랙터 방향을 돌려 귀향길에 올랐다.
전날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 투쟁단은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날씨에 차도 위에서 밤샘을 했다. 이 과정에서 투쟁단이 트랙터로 경찰 버스를 옮기려 했고, 경찰이 트랙터 운전자를 끌어내려 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번지기도 했다. 대치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2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고, 저체온증 증상을 호소하던 참가자 1명이 실신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투쟁단이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시민들은 전날 저녁부터 남태령역 앞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전날 광화문에서 탄핵 촉구를 외치던 시민들이 남태령역에 운집하며 이곳에서 사실상 또 하나의 집회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K팝과 농민가, 민중가요를 부르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경찰은)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시민들은 죽과 김밥, 음료 등을 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시민들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 1인 발언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전날 자정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대학생 이정윤(23)씨는 “전날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농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엑스(X·구 트위터)에서 보고 나왔다”며 “춥고 힘들지만 주위 사람들과 손잡고 버텼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2시부터는 이곳에서 전농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이 주최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법조계와 시민사회계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22일 연이틀 비판 성명을 내고 경찰에 차벽 봉쇄를 풀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제3자 고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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