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나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이고 지수 자체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다. 이달 초 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경제는 심리’인데 소비심리가 속절없이 위축되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700만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 지 오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저신용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3분기 11.55%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계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올 상반기 44.8%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0.2까지 떨어졌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1745곳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엄 사태까지 터졌으니 내수침체와 서민경제의 고통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자영업·소상공인의 88%가 ‘계엄 이후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7%가 계엄 사태로 고객예약취소 등 직간접 피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달 첫째 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보다 26%나 줄었다. 이러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중소기업의 부도 대란이 현실로 닥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그제 연체·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에게 3년간 약 2조원의 금융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런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해 담대한 내수진작·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 때를 놓치면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민생회복을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소비, 관광, 건설 등 내수부문별 정책 처방을 통해 소상공인과 근로자,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실효성 있는 세부대책을 서둘러 짜고 속도감 있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대 야당은 대통령권한대행 탄핵까지 거론하며 경제불안을 증폭시키는 자해극을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심리가 안정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정쟁을 접고 경제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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