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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저지 예상에도… 공수처 수사 역량 의문만 더 키워 [스텝 꼬인 공수처]

입력 : 2025-01-07 06:00:00 수정 : 2025-01-07 1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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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체포 실패 후폭풍
공수처 “그런 강한 저항 생각 못해”
법조계 “법적 판단력 의문만 가중”
내란 사건 무리하게 이첩 지적도

공수처, 경호 인력 현행범 체포 만류
‘체포영장 집행 의지 없었다’ 의혹도
일정·방식 불투명… 尹수사 표류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권한을 일임한다는 결정을 하루 만에 철회하고 경찰과 향후 합동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겠다며 사태를 수습했지만, 체포영장 집행 방식을 두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당초 수사 역량이 부족한 공수처가 무리하게 검찰과 경찰로부터 내란 사건을 이첩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동흠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부단장이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할 수 있다고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건 공수처에 법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 사건을 계속 수사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공수처의 법적 판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국수본)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하는 법적 근거로 형사소송법 81조와 200조의6을 들었다. 체포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이를 집행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가 독자적으로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권을 경찰에 일임하고, 공수처가 현장에 나가지 않은 채 집행을 지휘할 수 있다는 공수처의 법적 판단에 대해 국수본까지 ‘결함이 있다’며 반대했다.

국수본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수사준칙에서 검사가 경찰의 영장 집행을 지휘할 수 있다는 ‘검사의 구체적인 영장 지휘’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에 검사가 경찰의 영장 집행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이 발부받은 영장을 경찰이 대신 집행한 사례도, 이를 요구받은 사례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현재 형소법 81조는 검사가 사법경찰인 검찰 수사관에게 집행지휘를 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규정이며,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수사관을 지휘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해석될 뿐”이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위임 해프닝은 초보적인 형소법 해석도 못 한 공수처의 중과실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결국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한다”면서 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철회했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 논란도 재점화됐다. 이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1차 집행 때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당연히 (경호처의) 협조를 기대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경호처가 영장 집행 저지에 나설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이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말은 공수처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만 키우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날 국수본 관계자와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초기 국수본은 3차 저지선에 있던 경호처 인력이 많지 않아 영장 집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공수처 고위 관계자는 “오늘은 영장 집행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뉴스1

공수처가 경호처 인력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국수본 관계자를 만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차장은 “현장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 중 하나였으며 국수본의 공식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공수처가 경찰을 방해했다고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유효 기간이 만료된 이날까지, 향후 체포영장 집행 일정과 방식은 여전히 결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과 공수처는 논란을 의식한 듯 각각 “(공수처와 국수본이 꾸린)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체제는 공고하게 유지할 것이며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 “향후 공조본 체제하에서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발송한 6일 정부관청사 내 공수처 현판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수사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수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과 공수처가 서로 체포영장 집행을 안 하려고 떠미는 이런 상황에서는 공중에 붕 떠서 영장 집행을 못 한다”며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집행도 못 하면서 어떻게 윤 대통령을 조사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공수처 내부 사정에 밝은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어차피 기소권이 없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내란죄 수사권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경찰이 수사를 하게 놔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로 재이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불필요한 이유로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고집을 가지고 절차를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특정 단계가 되면 재이첩 내지 이첩에 대해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2021년 설립 이래 줄곧 ‘수사력 부족’ 논란을 겪어왔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이 총 5건에 불과하며 이 중 유일하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도 최근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공수처는 일반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5건이 모두 기각돼 ‘5전5패’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유경민·윤솔·백준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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