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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다문화 인식과 범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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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5 23:04:29 수정 : 2025-01-15 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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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한 해가 밝았다. 이 무렵이면 흔히 한 해의 소망을 말한다. 나는 다문화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올해는 외국인과 좀 더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소망을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외국인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기 쉽고 이것은 차별로도 쉽게 이어진다. 차별은 사회적 갈등을 낳을 것이고 이 갈등 치유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의 불행이 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올해는 인식, 범주화, 고정관념, 편견, 차별, 갈등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글을 연재해보고자 한다.

먼저, ‘인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인식은 지각과 인지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 타자가 친 공이 투수 정면으로 날아가면 투수는 몸을 재빨리 젖혀 공을 피한다. 여기서 ‘지각’은 투수가 공이 자기에게 날아오는 것을 보는 것을 말하고, ‘인지’는 투수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이 공을 맞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며, ‘인식’은 몸을 젖혀 공을 피해야겠다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인식은 몸을 젖히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동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인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이다. 따라서 ‘다문화 인식’이라고 하면 “다문화라는 현상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을 말한다. 문제는 아직도 이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다. 가정에서는 ‘다문화’ 하면 ‘외국인, 동남아인’만 떠올리는 사람도 많고,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고 우리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 거리에서는 외국인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열등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학교에서는 다문화교육을 외국인 부모를 둔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도 많고, 이 교육은 다문화 담당교사나 사회 교사가 하는 교육이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많다. 이 모든 사람은 다문화라는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위 ‘다문화맹’에 걸린 사람들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다음으로 범주와 범주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범주의 사전적 의미는 “동일한 성질을 가진 부류”인데, 이것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복도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기에 보면 ‘병’, ‘플라스틱’, ‘종이’ 등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것 하나하나가 범주이다. 그리고 그 범주에 맞게 사물을 넣는 행위를 범주화라고 한다. 이런 범주와 범주화는 인간의 정신 활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보면 그 사물이나 사람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대신에 해당하는 범주 속에 넣어서 생각하려고 든다. 범주는 한번 만들어지면 일상적인 판단의 기초가 된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다. (…) 인간은 일생의 대부분을 이 범주를 떠올리는 데 보낸다”라고 한다. 이런 범주화 과정은 외국인과의 만남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진다.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우리는 그를 흑인, 황인, 백인이라는 범주에 넣어서 생각한다. 중국어를 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그를 중국인이라는 범주 속에 넣고, 일본어를 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일본인이라는 범주 속에 넣고 생각한다. 이런 범주화 과정은 다음에 살펴볼 고정관념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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