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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칼럼]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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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9 23:12:07 수정 : 2025-01-19 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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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산업 日에 이전받은 한국
장기침체의 길 답습할 가능성
신산업 육성에 해답 있는 만큼
정치적 혼란 종식시켜 대응을

중국의 추격으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한국경제는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주력산업을 한국에 이전해 주고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의 경험을 한국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는 최근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지고 일자리 감소로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면서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비록 작년에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로 전체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3년부터, 전체 무역수지는 2022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저성장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고 있다.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일 경우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경제환경을 보면 한국경제는 이 기회를 놓칠 것이 우려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먼저 정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적 혼란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산업 육성이나 산업경쟁력 강화 정책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신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보조금 지급과 인력 양성에 올인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로 경제위기 위험에서 벗어나 있으나 이들 산업도 곧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 예상되면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1월 20일 출범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도 저성장의 배경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로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한국의 대미국 수출과 무역흑자도 감소할 것이 전망된다.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의 비중은 각각 20%로 한국의 무역구조는 미·중에 편중되어 있다,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감소는 성장률을 더욱 낮출 것이 우려된다.

저성장과 장기침체의 비용 또한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내수비중이 큰 일본경제는 재정적자 증가와 디플레이션은 경험했지만 경제위기는 겪지 않았다. 수출 비중이 작고 엔화가 국제통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수가 작고 수출 비중이 큰 한국경제는 청년실업과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 무역적자가 심화될 경우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것도 우려된다.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과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먼저 국가의 이익보다 당파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정치적 혼란을 종식시켜 경제적 불확실성을 낮추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거나 확대될 경우 한국경제는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경제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제위기는 정치적 혼란기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정치적 혼란을 하루속히 종식시켜 한국경제를 저성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신산업 육성에 여야가 힘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위험이 높은 신산업은 산업의 육성단계에서는 전문인력 양성과 보조금 지급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이라도 신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등 국가 경제에 이익이 되면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거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의 주력산업을 육성할 때도 강력한 정부 지원이 있었고, 그동안 이들 산업이 일자리를 만들면서 한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와 신산업의 등장, 그리고 보호무역 강화로 지금은 산업과 통상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다.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는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은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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