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스타일 감독과 작업은 처음
모든 배우가 함께 일하고 싶어해
향후 한국 작품에 또 출연하고파”
할리우드 톱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음달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미키17’을 들고 내한한 그는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미키17’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패틴슨은 차기작 촬영으로 일정이 빽빽한 가운데도 봉 감독의 모국인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어렵게 시간을 냈다고 한다.
‘미키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각색한 작품이다. 2054년을 배경으로,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패틴슨은 임무 수행 중 죽을 때마다 폐기 처분됐다가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주인공 ‘미키’ 역을 맡았다. 미키는 지구에서 마카롱 가게를 운영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채를 지고 우주로 도피해 복제인간이 되기로 한 인물이다.
패틴슨은 “아주 빨리 재미있게 읽은 미친(crazy) 시나리오지만, 미키가 왜 그렇게 구는지를 살펴보면 복잡해졌다”며 “(미키는) 자신감도 없고 멍청한 점도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좀처럼 주인의 말을 듣지 않던 자신의 반려견에서 영감을 받고 미키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패틴슨은 “아무리 가르쳐도 교육되지 않았던 제 강아지처럼 미키 역시 17번을 죽어보고 나서야 ‘삶을 다르게 살았어야 했나’를 깨닫는다”며 웃었다.
패틴슨은 “‘미키17’은 봉 감독님의 용감한 작품”이라며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우주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에서 이처럼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을 보여주는 SF물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봉 감독님 정도 수준의 감독은 네다섯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배우가 그와 함께 일해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봉 감독이 “그 네다섯명의 감독이 구체적으로 누구냐”라고 농을 던지자 패틴슨은 “앞으로 경력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그 목록은) 그때그때 변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패틴슨은 봉 감독의 효율적인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경험해온 작업 방식대로라면 예정보다 현장에서 더 많은 씬을 찍는 게 일반적이지만, 봉 감독은 그보다 훨씬 적게 찍고도 자신감 있게 현장을 통솔해 나갔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게 실행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감독과 일해본 건 처음입니다. 그는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게 퍼포먼스(연기)를 이끌어주는 감독입니다.”
패틴슨을 또 “(한국의) 많은 감독과 훌륭한 배우를 보며 자랐다”며 “한국의 영화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한국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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