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단체 전 대표 22년형 선고
지난 19일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과 유사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건 모두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강렬한 지지와 신념이 사태 촉발의 계기가 됐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는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성난 시위대에 불을 지폈다.
◆경찰 66명 구속영장 “중대한 범죄행위”
2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체포한 90명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장을 생중한 유튜버 3명도 포함됐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채증자료, 유튜브 동영상 등을 분석해 불법행위자 및 교사∙방조 행위자 등을 추가 적발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번 시위로 인해 다친 경찰관 수가 51명으로 늘었고, 이 중 7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태를 중대한 범죄로 보고 수사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법관들도 이날 대법관 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서울서부지법에서 집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적인 무단 침입과 기물파손, 법관에 대한 협박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우리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일이자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美 트럼프 지지자 1200여명 유죄 판결
2021년 1월6일 미국에서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은 전 세계적인 충격을 주며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당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린 날, 의사당을 점거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고,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쏜 최루탄 가스가 의사당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등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미 의사당이 공격당한 것은 1814년 미∙영 전쟁 당시 영국군이 워싱턴DC를 공격해 의사당에 불을 지른 이후 200년만의 일이었다.
미 당국은 엄벌을 천명하며 2024년까지 약 1500명을 연방 범죄로 기소했고, 이 중 120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중 최고형을 받은 이는 폭동을 주도한 미국 극우주의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전 대표인 엔리케 타리오였다. 징역 22년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타리오가 워싱턴 의사당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사전에 의사당을 공격할 갱단을 조직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모의했다고 봤다.
◆한∙미 모두 ‘부정선거 의혹’에 몸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점에서도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탄핵 반대 집회에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 점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구호인 ‘부정선거를 멈춰라’(Stop the Steal)는 외침이 한국 집회에 등장한 점을 주목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윤 대통령 지지층을 자극한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위 규모가 크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던 미국과 달리, 서울서부지법 사태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따른 즉각적 반응이란 점에서 충동적으로 진행됐다. 법치주의를 해치는 중대 범죄란 점은 동일하지만, 폭동을 사전에 치밀하게 조직한 미국 사태에 비해선 규모가 작았다. 최고 선고 형량이 22년형에 달하는 미국보다는 처벌 수위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택한 점에서도 상이한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금의환향’ 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의회 폭동에 연루돼 처벌 받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인질’이라고 두둔하며 이들에 대한 사면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2시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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