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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방송 없고 승객이 비상구 개방”…항공사 대응 문제 없었나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입력 : 2025-01-30 18:39:19 수정 : 2025-01-30 23: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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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선반 ‘타닥타닥’ 소리 난 뒤
연기 자욱… 불똥 떨어져” 목격담

에어부산 “대피 긴박해 방송 못해
비상구열 승객, 문 개폐 돕는 역할”

불 삽시간에 번져 과적 가능성도
소방·공군 발빠른 초동대처 빛나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큰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됐으나 사고 당시 항공사의 대응이 문제가 없었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대피 과정에서 에어부산 측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에어부산은 신속하게 대응해 전원 대피를 완료했다며 충돌 중이다.

 

왼쪽 사진은 화재 당시 공군과 한국공항공사 소방대원이 연료가 들어있는 날개 쪽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소화액을 뿌리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승객들이 비상탈출하고 있는 장면. 부산=뉴스1

추후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화재 원인과 더불어 사고 대응 과정에 대한 빈틈없는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고는 테러 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인명 피해가 없고 비행기록장치 등이 온전해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 내에 원인 규명이 이뤄질 전망이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제기된 논란을 정리한다.

 

◆대피 명령 있었나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불이 난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기 뒤쪽 갤리(주방 시설)에 있다가 닫혀 있던 오버헤드 빈(기내 수하물 보관함)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관제탑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한 승객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며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막 떨어졌다”고 전했다.

 

에어부산은 화재 확인 즉시 승무원이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으며,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 및 연료 계통을 즉시 차단한 뒤 비상탈출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승객들은 화재 당시 안내방송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장이 ‘승객 여러분 탈출하십시오’라는 대피 명령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타 녹아내린 항공기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다가 기내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BX391편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30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뉴스1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별도의 안내방송을 시행할 시간적 여력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루어진 상황이었다”며 “짧은 시간 내 관련 절차에 의거해 신속하게 조치해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비상탈출문 누가 열었나

 

사고 당시 비상탈출문을 승무원이 아닌 승객들이 열고 대피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그 배경 등을 놓고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항공기 화재 직후 일부 승객들이 직접 게이트를 열고 비상 슬라이드를 펼쳐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승무원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보는 반면 승객들이 임의로 탈출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견해도 상존한다. 전·후방 비상구가 항공기 엔진 앞뒤에 있어 최악의 경우 엔진에 빨려 들어가거나 엔진 배출열 후폭풍에 화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다.

 

만일 비상탈출문을 연 승객이 비상구 좌석에 앉지 않은 이였다면 이는 항공보안법 위반 소지도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비상구열에 착석한 손님들의 일부 도움을 받은 것”이라며 “비상구열 착석 손님들에게는 사전에 ‘비상시 탈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안내하고 동의를 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고승희 신라대 교수(항공운항학)는 “승객이 (비상탈출을) 도울 수 있고, 비상구 좌석에 앉으면 이에 대해 (승객에게) 고지를 한다”면서도 “승객은 (승무원을) 도와주는 의미지, 이를 혼자 주도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기내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휴대용 보조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설치된 위탁 금지물품 안내문. 연합뉴스

◆보조 배터리가 원인인가

 

이번 사고가 기내에 반입된 휴대용 배터리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불이 삽시간에 번진 점도 확인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진화가 어려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플라스틱 소재 오버헤드 빈을 태우고 바로 탄소섬유 소재의 동체로 옮겨붙어 인화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화재는 오버헤드 빈 내 과적에 따른 보조 배터리 압착으로 발화가 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버헤드 빈은 세계 어느 항공사나 짐이 많아 구석구석을 벽돌로 채워 쌓는 ‘테트리스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기내 배선 문제 등에 따른 합선 등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당국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화재 원인이 엔진 등의 기체 문제가 아니라는 뜻으로, 목격자들의 발언에서 언급된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화지점으로 계속해서 지목되는 모습이다.

기내 선반서 불꽃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기내 좌석 위 선반에서 붉은 화염(원 안)이 포착된 모습. 뉴스1

◆소방대 피해 최소화 헌신에 주목

 

화재를 큰 인명 피해 없이 진압하는 과정엔 공군 장병의 진화 작업이 큰 도움이 됐다. 공군에 따르면 28일 오후 10시26분쯤 김해공항 주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방중대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비상대기 중이던 차승연 하사를 비롯한 13명이 인명구조 차량 1대와 항공기용 소방차 3대를 끌고 출동했다. 5분 뒤 소방운영반장 문정환 상사와 항공기 구조반장 문성호 상사 등 12명이 경화학 소방차 2대와 함께 추가 출동했다.

 

구조반장 문성호 상사는 동체 위 큰불을 잡은 뒤 기내에 잔불이 남은 것을 확인한 뒤 완전한 화재진압을 위해 현장 소방 인원 중 처음 기체 내로 진입했다. 문 상사는 “27년 군 복무 중 건물 화재진압은 많이 경험해봤지만, 실제 항공기 화재 상황은 처음이었다”며 “명절에 큰 부상자 없이 사고를 막을 수 있어 군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초동 대처한 한국공항공사 소방대, 부산 강서소방서 대원들의 헌신도 빛을 발했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항공기 뒤편에서 발생한 화재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날개와 동체 앞쪽으로 번졌다. 사고 항공기는 양쪽 날개에 3만5000파운드의 항공유를 가득 채운 상태였다.


이강진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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