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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창피해서?”···수입차 시세 8년만에 ‘뚝뚝’

입력 : 2025-02-07 05:00:00 수정 : 2025-02-07 1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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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시장 위축에 따른 할인 경쟁

‘연두색 번호판’ 제도 영향 컸던 듯

직장인 김모(42) 씨는 3년 전부터 독일산 고급 세단을 구매하고 싶어 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수입차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할인을 진행하면서, 김 씨는 마침내 원하던 차량을 이전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할인을 많이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지난해부터 여러 브랜드가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가격이 부담이 덜해졌다”고 말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국내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매할 때 지불한 평균 가격이 8년 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차 시장 위축에 따른 할인 경쟁과 지난해 1월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자동차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7월 1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24차)’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수입차 신차 평균 구매 가격(옵션 포함)은 759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848만원) 대비 255만원 감소한 수치로, ‘디젤게이트’(2015년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여파로 가격이 하락했던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5년간의 변화를 보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5%(321만원), 2021년에는 6%(415만원), 2022년에는 12%(835만원) 상승했다. 이후 2023년에는 상승 폭이 2%(160만원)로 줄었다. 작년에는 3% 하락(-255만원)하며 반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시장 부진과 이에 따른 할인 경쟁, 그리고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이라며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국산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주목도가 높은 수입차가 주요 타겟이 되면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가격 경쟁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공공 및 민간 법인이 8000만원 이상 업무용 승용차를 신규·변경 등록할 때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한 정책으로,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탈세 방지를 위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됐다.

 

국산차의 평균 구매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국산차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98만원) 오른 4306만원으로 조사됐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국산차 가격 상승률(33%)이 수입차(24%)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브랜드 간 가격 인하 경쟁과 연두색 번호판 제도로 인한 기피 현상이 수입차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면서도 “국산차는 옵션 고급화, 대형차와 SUV 선호 증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법인차의 연두색 번호판 부착 등의 여파로 지난해 1억원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가 8년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동차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1월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11만919대로 집계돼 전년 동월(12만5506대) 대비 11.6% 줄었다. 상용차 시장의 감소폭이 더 컸다. 1월 상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1만2716대로 전년 대비 32.3% 감소했다.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산한 1월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12만3635대로, 전년 동월(14만4291대) 대비 14.3% 줄어들었다. 연료별로 살펴보면 경유차의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1월 경유차 신규 등록 대수는 9265대로, 전년 대비 42.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구매 수요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경기 침체 장기화’를 꼽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은 자동차와 같은 고가 소비를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이는 직전년도(2023년) 감소폭(1.5%)보다 0.7%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가 포함된 내구재 지수는 3.1% 줄었다.

 

이러한 시장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다. 10년 이상된 차량 보유자를 위한 혜택, 저금리 할부 지원, 친환경차 할인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한 번에 큰 비용이 지출되는 상품이라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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