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 즉 러닝메이트로 낙점한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연방의회 6선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낸 펜스는 노련한 정치인이었으나 전국적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트럼프는 펜스가 인디애나 주지사로 일하는 동안 일자리 창출 등에서 성공적인 경제 정책을 편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인기가 높지 않고 공화당 내 기반도 튼튼하지 않은 펜스가 ‘2인자’ 부통령으로서 자기 정치를 하는 대신 대통령에게만 충성할 것으로 여긴 점도 중요한 발탁 배경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펜스는 2017년 1월 출범해 4년간 이어진 트럼프 1기 행정부 임기 내내 철저히 자세를 낮췄다. 트럼프를 띄우고 자신은 그 뒤에 숨는 전형적인 2인자의 처신을 이어갔다. 그런데 2020년 11월 대선 이후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부정 선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끝내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의 행보 때문이었다. 펜스는 부통령이 겸임하게 돼 있는 연방 상원의장의 자격으로 바이든이 대선에서 이겼음을 공식 인증했다. 이에 트럼프와 그 극성 지지자들은 펜스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미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2023년 펜스는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출마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에 의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것의 후폭풍은 컸다. 명색이 부통령까지 지낸 거물임에도 선거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고 당내 지지율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결국 그는 2023년 10월 대권에의 꿈을 접고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무공훈장 수훈자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펜스의 낙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발족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는 외형상 J D 밴스 부통령이다. 물론 진짜 실세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지만 말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과거 펜스와의 ‘악연’ 때문인지 밴스가 부각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하다.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밴스를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당신의 후계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단칼에 “아니다”라고 부정한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에) 유능한 인물이 많다”며 “그것(후계자 지명)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밴스를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밑에선 2인자 노릇을 하는 것도 참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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