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野가 통 크게 25만원 지원책 양보하자”
김경수 “당 정체성 관련 정책, 토론·숙의 거쳐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상 주 52시간 근무 규제 및 전 국민 25만원 지원 여부와 관련해 말 바꾸기 논란을 자초하자 당내에서도 “이론 없는 정책은 허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반도체업계 경쟁력 향상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민주당이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이광재 전 의원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도체법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며 “주 52시간제는 시간을 가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조정하자”고 했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보호해야 할 노동자는 확실히 보호하자.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처럼 고액 연봉자는 제외하자”고 했다.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조속한 추경 편성을 위해선 이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 정책을 접어야 한다는 취지 주장도 폈다. 이 전 의원은 “1조원만 있어도 예를 들어 500만원 소액 대출자 2000만명에게 1% 이자를 줄여줄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던) ‘상인적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 모 아니면 도, 이런 정치는 하지 말자”고 했다. “정신 좀 차리자. 정도를 가자”고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의 길, 즉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중도 개혁의 길을 확고히 가야 한다”며 “정책은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이 결정되면 실천해야 하고, 변경 사유가 생기면 당원과 국민에게 그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없는 정치는 영혼이 없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도 “우리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하자. 25만원 고집을 버리자”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다. 구급차에 탄 응급환자와 같다”며 “추경은 심폐소생술”이라고 했다. 이어 “언제까지 추경을 두고 정쟁을 벌일 것이냐”며 “숨넘어가는 환자 앞에서 치료방식을 두고 의료진이 싸우는 꼴이다. 이러다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했다.
‘친문(친문재인)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전날 국회에서 이 대표를 만나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또는 노선과 관련된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우리가 민주당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곧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정부의 미래상이기도 하다”며 이 대표의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반도체법상 52시간제 유연화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가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입장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전 국민 25만원 지원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조속한 추경 편성을 위해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후 당이 제안한 추경안엔 포함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