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금남로 일대 보수단체 운집
한국사 강사 전한길 등 1만 참석
“분열이 아닌 화합·통합 위해 모여”
경찰 차벽 맞은편 퇴진 집회 2만명
“금남로서 계엄 옹호는 용납 못 해”
尹·김건희 딥페이크 영상 논란도
서울·울산 등서도 잇단 찬반집회
서울대에선 참석자 수십 명 충돌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 현장인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1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경찰이 세운 차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열린 이날 집회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주에서 가장 많은 인파인 3만여명이 운집했지만 양측 참가자들 간 마찰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15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행사가 열리는 금남로 거리를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은 1만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연단에 오른 발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사 스타 강사인 전한길씨는 이날 연단에서 “오늘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화합과 통합을 위해 모였다”며 “전 세계가 경제 전쟁, 체제 전쟁 중인데 우리끼리 분열하고 싸우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쯤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광주비상행동은 세이브코리아 측이 5·18 역사 현장인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기도회를 열자 당초 계획했던 5·18민주광장에서 금남로 1∼3가로 자리를 옮겨 ‘맞불 집회’를 열었다. 본 집회에 2만명 이상(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집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및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소나무당·정의당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발언 참가자로 연단에 오른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회 소장은 “한국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그 피가 뿌려진 이 금남로에서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내란 수괴를 지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광주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얼굴에 수영복을 입은 가상의 인물을 합성한 3분20초 분량의 딥페이크 영상이 수차례 방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현직 대통령 부부를 향한 조롱을 넘어선 심각한 인격 모독과 인권 침해,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 행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이와 관련해 17일 서울경찰청에 성폭력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과 울산,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심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대표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울산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은 내가 감옥에 가도,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더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 집회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윤상현·김민전·박성민·이인선 의원 등 현역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탄핵 찬반 집회가 있었는데, 참석자 수십명이 충돌하기도 했다. ‘윤석열퇴진서울대공동행동’이 이날 오후 4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오후 5시부터 같은 장소에 집회를 신고한 탄핵 반대 단체 ‘서울대 트루스포럼’이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부딪쳤다. 이들은 한 시간 넘게 대치하다 경찰이 투입돼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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