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초동 대처 미흡…주차장 안전시설 부재” 고소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주차장에서 60대 여성이 병원 직원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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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서초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6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 18일 오전 7시4분쯤 서초구의 한 대형 병원 야외 주차장에서 이 병원 간호사인 40대 여성 A씨가 몰던 SUV 차량에 치였다.
당시 김씨는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주차장에서 걸어가던 중 뒤에서 다가오는 A씨 차량에 부딪혔다.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넘어진 김씨를 그대로 깔고 지나간 뒤 다시 후진해 김씨를 재차 들이받는 모습 등이 담겼다. 충돌 당시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던 A씨는 “사람을 치었으니 차를 빼라”는 행인들 외침에 차에서 내렸다 다시 탑승 후 후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차 밑에 있던 상태로 심정지가 왔고, 출근하던 한 남성 간호사가 끌어내 심폐소생술 실시 후 응급실로 이송했다. 김씨가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10분가량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CT 등 검사 중 다시 심정지가 오면서 결국 오전 9시15분쯤 사망했다.
유족은 사고 직후 가해자와 병원 측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안일한 후속 대응을 문제 삼았다. 사고 지점은 응급실까지 100m도 안 되는 거리였으나, A씨는 김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황에도 의료진 호출이나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유족 측 입장이다. 또 김씨가 사망한 뒤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을 ‘미상’으로 처리하려 했다고 한다.
유족 측은 “사고 직후 가해자가 주변에서 10여분간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후 현재까지 사과조차 없다”며 “병원 측은 ‘골반과 갈비뼈 골절로 인한 기흉과 혈흉 등이 있으나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고, CT상 뇌간 문제도 없어 심정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사망 원인을 미상으로 기록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사고 직후 현장 및 응급실에서의 치료 지연 △병원 주차장의 안전시설 부재 등을 근거로 병원 측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해당 병원 측은 “병원 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긴 하지만 통상 보행자와 운전자 간 일어날 수 있는 주차장 사고일 뿐”이라며 “주차요원이 인근에 상주해 있었고 안전관리 지침을 어겼던 부분도 없었던 만큼 병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직후 방치됐다는 유족 주장과 달리 사고 1분 만에 남성 간호사와 A씨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사후 대처에 최선을 다했다”며 “또 선행 사인은 교통사고가 맞지만 심정지를 직접적인 사인이라 확정 짓기 어려워 ‘미상’을 말씀드린 후 부검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과도하게 축소하거나 직원이라 감싼 부분도 없다”며 “추후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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