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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북한이 사라진다고 했다. 2015년 9월26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지구 사진에서다. 우주에서 지구의 밤을 촬영한 위성영상에서 빛의 정보만 추출한 자료에는 남한은 환한 불빛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주 작은 불빛으로 나타나는 평양 지역을 제외하고는 깜깜한 암흑천지였다. 한국인이 아니면 북한을 알아볼 수 없다. 2024년에 찍은 한반도 사진에서도 휴전선을 경계로 이남은 빛의 세계, 이북은 어둠의 세계였다. 항공우주 연구자들은 지구의 밤에 대한 영상자료는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 역량과 국민의 삶의 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 본다. 에너지원인 전력 생산과 이용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깜깜한 북녘땅은 밤만이 아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파병되었다가 중상을 입고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는 21세기 대명천지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증언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대에 입대하여 10년간 복무하면서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훈련을 위해 유학 간다는 얘기를 듣고 러시아로 출발했다” “러시아 쿠르스크에 도착해서야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러시아로 오기 3개월 전부터는 집과 연락하지 못해 부모님도 파병 사실을 모른다” “항복은 변절이므로 수류탄이 있으면 자폭한다”. 인간의 기본권과 선택의 자유가 눈곱만큼도 없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정보만 존재하고, 폭력이 생명을 압도하는 깜깜하게 닫힌 세계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재판장 허경무)는 2019년 문재인정부 시절 남방한계선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 두 명을 강제 북송한 혐의로 기소된 전 국가안보실장, 전 국가정보원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통일부 장관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적용할 적절한 법이 미비하다는 게 이유다. 헌법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된 탈북 어민이 판문점에서 자신의 눈을 가렸던 가리개가 벗겨지자 북한으로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폭력과 죽음을 감지한 몸짓이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정권이 사람보다 북한 정권을 의식한 결과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대한민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를 송환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들도 우리 국민이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혼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하하던 민주당과 당대표, ‘푸틴’과 ‘김정일’을 추켜세우고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를 편드는 미국 대통령 등이 송환 전선에 난기류를 형성할까 우려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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