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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우주서 펼쳐지는 中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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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2 22:57:07 수정 : 2025-03-02 22: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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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달 뒷면 흙 채취 성공
伊·佛에 샘플 제공 ‘달 토양 외교’
남미와는 위성기지 매개로 경협
韓도 꾸준한 투자 땐 성과 낼 것

중국에서 로켓을 발사했다는 뉴스는 더 이상 큰 화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창정 8호를 개량한 창정 8A호 등 새로운 발사체가 쏘아올려졌거나 우주 탐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을 때만 비로소 주목을 받는 수준이다. 중국이 우주 개발에서 이미 상당한 일상화를 이루었다는 방증이다.

특히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 ‘창어’(嫦娥)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 샘플을 채취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전 세계 로켓 발사로는 중국이 아직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지만 달로 한정하면 미국보다 앞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우중 베이징특파원

중국은 달의 토양으로 벽돌을 만들어 달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공개해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달 토양을 이용해 벽돌을 만들고 건물을 짓는다면 지구로부터 별도의 건설자재를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달 기지 건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탐사를 넘어 달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장기적 비전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우주를 또 다른 전략적 무대로 만들고 있다. 최근 우주 공간을 군사·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 위성 시스템을 통해 군사 및 통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으며, 우주 기술을 외교적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 ‘달 샘플 외교’를 펼치며 각국 과학자들에게 달 토양 샘플을 제공했다. 이는 과거 중국이 판다를 다른 나라에 대여하며 국제적 호감을 얻던 ‘판다 외교’를 한 단계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이 달 토양 샘플을 건네며 우호를 강화하는 것은 판다만큼이나 달 토양 샘플이 가진 희소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아르헨티나와의 협력을 통해 남미 지역에 위성 기지를 제공하며 우주를 통한 기술 지원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서 중국이 단순히 자국의 우주 기술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우주 공간을 새로운 ‘소프트 파워’의 무대로 삼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들에 담긴 지식재산권(IP)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달 탐사 프로젝트 창어는 중국 신화 속 달에 사는 선녀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우주정거장 ‘톈궁’(天?)은 하늘의 궁전을 의미한다. 위성항법 시스템 ‘베이더우’(北斗)는 북두칠성을 뜻하고, 달 탐사 착륙선 ‘췌차오’(鵲橋·오작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나오는 까마귀 다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반면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와 ‘아르테미스’는 각각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차용했으며, 미국의 고유문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작명은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중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유독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에 근거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IP 전략은 우주 탐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애니메이션 ‘너자2’(??2)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게임 ‘오공: 검은 신화’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중국 고유 IP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은 문화와 기술을 결합해 자국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와 한국 매듭 문화 협업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은 다소 아쉽다. 펜디가 한국의 전통 매듭 공예를 모티브로 한 액세서리 라인을 출시하자, 중국 내에서는 중국 전통 매듭 문화를 도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이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다른 문화와 충돌하며 논란을 빚는 상황은 중국의 소프트 파워 강화 노력에도 여전히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도 최근 우주항공청 본청사 부지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우주항공 분야에 투자를 시작했다. 후발주자지만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만의 강점이 있는 우주 기술, 위성 개발, 탐사 장비 등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낸다면 미래에는 한국도 글로벌 우주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우중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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