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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얄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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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6 23:08:14 수정 : 2025-03-06 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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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는 흑해에 둘러싸인 크름반도 남부의 휴양도시다. 아름다운 풍광 너머에서는 오스만제국에서 러시아제국 편입(1783), 소련 성립(1922), 소련의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관할 이관(1954), 우크라이나의 소련 탈퇴와 소련 해체(1991),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합병(201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현재)이라는 복잡한 역사가 이어져 왔다.

80년 전 1945년 2월 4∼11일 이곳의 리바디아궁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모였다. 연합국 3거두(巨頭)는 제2차 세계대전 정전 후 동서독일 분할, 독일 영토 할양, 폴란드 정부 구성과 영토 획정, 소련의 대일 선전포고, 강대국의 거부권 보유를 핵심으로 하는 유엔의 기초 구상 등을 논의했다. 전후 강대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결정한 얄타회담이다. 강대국의 세력권 구축 과정에서 다른 나라는 거래와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힘의 논리를 보여준 회담이다.

이제 ‘얄타 2.0’, ‘뉴 얄타’ 이야기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손잡고 미·러 주도로 ‘골치 아픈 전쟁’을 종결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스테파신 전 러시아 총리는 얄타 2.0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승전자 입장에서 종전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도 한다. 미국 태도를 보면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러시아 세력권으로 인정하는 결말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종전 후 중국군의 유엔 평화유지군(PKO) 파견을 통해 숟가락을 얻으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소·영의 얄타 체제가 트럼프·시진핑·푸틴의 얄타 2.0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대일전 참전이 결국 미·소군의 남북 분할 진주와 한반도 분단, 6·25전쟁, 남북 체제 경쟁으로 이어졌다. 강대국 정치의 결정판인 얄타회담은 우리 운명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동맹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는 국제환경. 다시 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싹 차릴 때다.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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