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자리에 앉히기까지 과정이 잘못 됐다며 재선임 절차를 밟으라고 권고했지만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홍 감독을 끝까지 믿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13일 천안 축구종합센터에서 홍 감독 재선임 절차에 대한 문제에 “문체부에서 사단법인 감독을 뽑는데 관여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며 “이제와서 어떻게(다른 감독을 선임하겠느냐)”라고 말을 더 이어가지 않았다.
홍 감독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1무2패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당시 홍 감독은 자신이 밝혀온 기준에 어긋난 선수선발로 ‘의리축구’ 논란을 일으켰고 대회 전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등 월드컵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설이 불거지자 지난해 7월5일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수많은 국내외 지도자 옵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겠다던 홍 감독을 임명했다. 홍 감독이 생각이 없다고 밝힌 지 이틀 뒤인 7월7일 일어난 일이다. 여론은 실패했던 감독을 재신임할 이유가 없다며 들끓었다. 축구협회는 K리그 성적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국내 감독을 선택한다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낸 사령탑에게 기회가 돌아가야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홍 감독 선임 후폭풍은 거셌다. 이후 절차적 하자가 드러나며 홍 감독 자리에 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물러난 가운데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 이사가 홍 감독을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게 문제가 됐다. 또 면접 과정도 불투명했고 불공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이사가 홍 감독 면접에 사실상 특혜를 줬다는 사실도 국회에서 드러났다.

결국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홍 감독 선임 과정이 불투명했던 점,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을 위한 보조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점,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코치를 대표팀에 포함한 점 등을 문제로 임원들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축구협회를 향해 절차적 하자가 발견된 만큼 선임 과정을 다시 밟으라고 권고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조장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을 무효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축구협회가 국민여론을 반영해 공정과 상식 기준에 부합하게 절차적 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홍 감독을 든든하게 지켜주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홍 감독의 걱정은 사라졌다. 이제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 집중하면 된다. 단 4선에 성공했지만 정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 회장은 아직 인준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정 회장은 “인준이 나지 않아 집행부 구성도 안 된 상태”라며 “인준이 난 다음 본격적으로 문체부와 (갈등을) 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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