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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갈 길 먼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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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4 23:25:22 수정 : 2025-03-24 23: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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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모수개혁 국회 통과 의미
‘더 내고 덜 받는’ 미래 세대 반발 커
청년들 안심시킬 구조개혁 서둘러야
세대 간 형평 이룰 때까지 논쟁하길

친구의 어머니(83)는 매달 국민연금 40여만원을 받아 든든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부담에서다. 남편이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때 가입한 뒤 돌아가시기 전까지 7년간 부은 돈은 500만원에 못 미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약 30년간 유족연금으로 1억원가량을 받았다. 낸 돈의 무려 20배가 넘는다. “100세 시대인데 이렇게 받는 돈이 결국 후손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하신다.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 때 가입자를 늘리려고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해 두고두고 문제가 됐다. 당시 보험료율(내는 돈)은 3%,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70%. 수치가 보여주듯 제도 안착을 위한 유인책 성격이 컸지만, 지속 가능할 리 없었다.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60%로 조정됐고, 2007년 2차 개혁 때 소득대체율이 40%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에도 연금 고갈 우려가 이어졌지만 문재인정부는 개혁에 손을 놨고, 윤석열정부도 구호만 외쳤을 뿐 실제 개혁엔 소극적이었다.

채희창 논설위원

지난 20일 여야가 보험료율(13%)과 소득대체율(43%) 단계적 인상, 군 복무 및 출산 크레디트 확대 등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연금개혁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고, 특히 보험료율 인상은 27년 만이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이 최선이지만, ‘더 내고 더 받는’ 차선이라도 여야가 합의한 건 의미가 크다. 탄핵으로 인한 권력 공백기라 연금개혁을 해도 정치적 부담을 혼자 지지 않아 가능했을 게다.

 

하지만 이번 모수개혁은 급한 불만 겨우 끈 것이다. 돈을 더 내도 연금 고갈 시점을 15년 늦추는 효과밖에 없다. 2028년 40%까지 낮추기로 한 기존 소득대체율에서 3%포인트 더 받는 방향으로 역행해 보험료율 인상 효과도 미미해졌다.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은퇴가 시작된 1960년대생은 낸 돈보다 받는 돈이 3배 넘는데, 2020년생부터는 내는 돈만큼도 받기 어렵다. 이런 부조리가 없다.

 

청년층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국회 본회의 투표에서 찬성이 193표였지만 반대·기권도 84표 나온 게 단적인 예다. 여야 30·40대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기성세대의 협잡”이라고 힐난했다. 그럼에도 한동훈·유승민·안철수 등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거부권까지 들먹인 건 지나치다.

 

청년들의 불만을 달래려면 구조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기초·퇴직·개인연금을 포함한 구조개혁 방안이 핵심이다. 자동조정장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4개 회원국이 시행 중이고, 청년들이 원하는 만큼 도입할 필요가 있다. 3040 의원들이 제안한 ‘연금수령자가 내는 연금소득세를 국민연금에 자동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청년세대에게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기성세대가 양보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연금체계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하루빨리 연금특위를 가동해 세대 갈등을 최소화하는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청년층 의견 수렴을 위해 3040 의원들의 특위 참여를 대거 늘려야 한다.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때까지 심도 있게 논쟁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도 소개혁과 대개혁을 반복하며 연금체계를 보완해왔다. 그 결과가 ‘보험료율 18.2%, 소득대체율 50.7%’(OECD 회원국 평균)다. 우리와 차이가 크다. 덜 내면 덜 받고, 더 받으려면 더 내야 한다. 이제는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이 없다는 걸 인정할 때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세계 최악의 저출산까지 겹친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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