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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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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4 23:25:31 수정 : 2025-03-24 23: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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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2월 일본 열도가 미국에서 날아든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간부가 항공기를 팔기 위해 일본 고위관료들에게 200만달러의 뇌물을 건넸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정·관가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정계 거물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까지 5억엔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록히드는 195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일본뿐 아니라 네덜란드, 서독, 이탈리아 등 모두 12개국의 정·관계 고위층에게 거액의 뇌물을 뿌렸다. 말로만 떠돌던 군산복합체와 정치권의 유착 비리가 세상에 드러난 ‘록히드 스캔들’이다. 이후에도 미국에서 무기판매와 군수 계약, 5세대 전투기 F-35 개발 등을 둘러싼 뇌물사건과 로비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미 공군의 6세대 전투기 사업자로 보잉을 선정했다. 전투기 이름은 ‘F-47’로 정해졌다. 트럼프는 “47이 아름다운 숫자”라고 했는데 자신의 대통령 재임 순번(47대)에서 따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당 가격이 1억4300만달러이며 총사업비가 최대 500억달러(73조원)에 이른다. 트럼프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치명적인 전투기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공중전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 정가에서는 차세대전투기 사업이 필요한지 회의론이 적지 않다. 값싼 무인 드론이 공중전의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전투기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드론은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의 위력을 과시했다. 러시아군 장비·인력의 절반 이상이 드론에 의해 파괴됐다고 한다. 400달러(약 60만원)짜리 드론이 수십억원짜리 탱크나 수천억원짜리 함대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기도 한다. 트럼프 정부의 실세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머스크도 지난해 12월 드론전쟁이 미래라며 “F-35 같은 유인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고 했다.

이런데도 트럼프가 갑작스레 6세대 전투기 사업을 강행한 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방산업체의 은밀한 로비와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지 미심쩍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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