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위법성의 중대성 인정하며 파면 결정
‘내란죄 철회’ 등 절차적 하자 주장은 배척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이유는 탄핵소추 사유 5가지가 모두 위헌·위법일 뿐 아니라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계엄심사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거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 등도 전부 배척됐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탄핵심판 과정에서 정리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5가지가 모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와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짚으며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절차적인 요건도 위반했다고 봤다.
국회에 군인과 경찰을 투입한 것을 두고는 윤 대통령 지시로 계엄군이 국회 경내뿐 아니라 본관 내부까지 들어간 점,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각 정당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을 지시한 것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발령한 포고령에서 국회·지방의회·정당 활동을 금지한 것이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도 인정했다.
그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압수수색을 한 것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고,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위헌·위법의 중대성을 판단하기 앞서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다수의 횡포’를 부린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든 ‘거야의 입법독재’나 ‘줄탄핵’, 예산안 삭감 등을 거론하며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 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이다.
헌재는 그러나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비상계엄 선포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그러면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파면을 결정을 이유를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외에도 대통령 측이 주장한 절차적 하자에 대한 주장도 쟁점이 됐다.
헌재는 다만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없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측이 변론 초기 윤 대통령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선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일축했다.
“비상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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