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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국민은 선관위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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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6 00:07:45 수정 : 2025-04-16 00: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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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음모론에 더 어려워진 선거관리
도덕적 해이로 국민불신 키운 측면 있어

요즘 선관위가 분주하다. 지난주 과천에 있는 선관위 청사에서 투·개표 절차 시연회와 유관기관 업무협의회를 잇달아 열었다. 여기에 더해 ‘공정선거참관단’ 운영 계획도 발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이 불과 48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부정선거의 증거를 밝혀내겠다며 계엄군을 선관위로 보냈던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도 결과지만, 어쩌면 ‘선거 관리’에 더 많은 시선이 쏠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선관위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관위가 정말로 이번 6·3 대선을 그만한 각오와 준비로 맞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연회’, ‘협의회’, ‘참관단’ 등 선거 때마다 매번 해오던 레퍼토리를 조금씩 바꿔서 부르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유권자 국민에게 더 다가가려는 노력보다는 “여기 와서 직접 확인해보라”는 고답적 관료주의가 여전히 선관위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물론 선관위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전국에 설치될 1만4000개가 넘는 투표소에서 동질적인 수준으로 선거 관리가 완벽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읍·면·동 단위에는 선관위의 자체 직원도 없는 실정이고, 투표사무원으로 흔쾌히 나서주던 지방공무원들과 교사들도 이제는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일을 고사하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업무는 더 어려워졌는데 원군은 기대하기 어려운 사면초가의 상황이 선관위가 맞닥뜨린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현실이 외부요인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전국 단위의 선거가 있는 해마다 선관위의 휴직자 수가 최대치에 이른다는 보도는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평상시에 전쟁을 대비하며 훈련하던 군인들이 막상 선전포고가 내려지자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새가 아닌가. 간부 자녀들의 특혜 채용은 또 어떤가? 대한민국의 그 어떤 집단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구태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조직의 업무 역량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의 기저에는 근본적으로 더 큰 문제가 내재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선관위의 업무는 투·개표 절차 사무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다. 선거운동관리, 정치자금규율은 물론 정당에 대한 규제와 육성 등 선거민주주의와 관련된 포괄적 영역을 아우르는 역할이 선관위에 주어져 있다. 즉 질 높은 선거민주주의를 담보해야 할 하나의 축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인 것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정당들이 법에 나와 있는 비례대표 추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정치와 정당정치를 완전히 희화화해도 거기에 장단을 맞춰줄 뿐이었다. 거대 정당들이 경상보조금에 선거보조금까지 타가면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오히려 더 부유해지는 역설도 그냥 모른 체 눈감아 주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본질적인 책무를 방기하면서 한국의 선거민주주의는 더 위태로워졌는지도 모른다.

기술적인 문제에 기술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CCTV 영상을 못 믿는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말은 그래서 더 아쉽다. 왜 그토록 선관위를 불신하게 되었는지, 심지어 CCTV조차도 못 믿게 되었는지 선관위는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 선관위가 그동안 규제 위주의 공직선거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손쉬운 영역에서 그들만의 성을 쌓고는 더 큰 틀의 문제 제기와 고민은 접어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정작 투·개표 절차 사무라는 그들의 전문 분야에서마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기관의 존재 이유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선관위가 진정으로 선거민주주의의 보루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이번 6·3 대선을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만큼은 ‘사소한 실수’도 돌출되지 않도록 더 세밀하게 챙기고 꼼꼼하게 준비하면서 최선의 선거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고 제도적 손질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선관위가 신뢰받는 심판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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