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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지속 가능한 연금’ 만드는 개혁 못 해… 소득 공백기도 문제”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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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5 22:00:00 수정 : 2025-04-15 23: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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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日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

보험료·소득대체율 상향은 의미 있어
보험료 외 새 재원 넣어야 지속성 담보
日선 소비세 투입으로 국고 부담 높여
젊은 세대 부담 줄여 신뢰감 쌓아가야
아울러 공적연금 일원화도 추진 필요

정년 연장 문제는 기업에 선택지 줘야
연금 지급 시기 맞춘 고용 보장이 중요

“수십년간 고정됐던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상향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하지만 각종 연금의 일원화나 자동안정장치 도입에는 이르지 못했고,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 소득 공백기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죠.”

 

1999년 일본으로 건너가 25년 이상 일본의 노동 및 사회보장 제도를 연구 중인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 겸 아지아대 특임준교수가 지난 10일 도쿄 지요다구 사무실에서 일본 연금제도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 닛세이기초연구소에서 일본의 노동·사회보장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김명중(55) 수석연구원 겸 아지아대 특임준교수는 최근 한국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긴 했지만, ‘지속 가능한 연금’을 위한 구조개혁의 단초는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소비세로 후생연금 재원 일부를 확보하는 일본 사례를 들며 “보험료만으로 모든 걸 다 하려 들면 내는 사람의 부담이 커지고 신뢰는 약해진다. 새로운 재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연금제도는 한국의 국민연금 격인 후생연금(공무원·사학 연금과 통합),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2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김 교수는 60세 정년 이후 연금이 개시되는 65세까지 ‘수입 공백기’에 대한 구체적 해법 필요성을 제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소 ‘인생 1모작’을 보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수월하게 2모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최근 반등한 것은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며 육아뿐 아니라 고용·주거 대책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저출생 대책 논의가 이번 대선 기간에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도쿄 지요다구 닛세이기초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회를 통과한 한국의 연금개혁안을 평가하면.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출산·군복무 크레디트를 확대한 점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60세 퇴직 후 65세 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 개혁안이 나오지 않은 점은 굉장히 안타깝다. 물론 반발이 있겠지만 공적연금의 일원화도 추진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나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장치는 청년층 불만을 해소할 수도 있는 대목인데, 그게 빠진 것도 아쉽다.”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면 받는 돈이 줄어들 수 있는데.

 

“그래서 새로운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일본은 2004년 개혁을 통해 연금재정의 국고 부담 비율을 기존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끌어올렸다. 재원은 소비세 인상을 통해 마련했다. 우리도 확실한 재원을 하나 만들어 둬야 연금의 지속성 확보와 불신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선 2004∼2009년 연금제도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는데, 언론 역할이 컸다. 주요 언론사들이 연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문가들과 함께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원래 25년이던 의무 가입기간을 10년으로 단축한 것,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한 것 등은 언론사 제안이 실제 정책화된 사례들이다.”

 

―한국의 최근 개혁안을 두고 젊은층 반발이 큰데.

 

“일본도 젊은층의 보험료 납부율이 저조하다. 2004년 개혁으로 후생연금 보험료율을 13.58%에서 18.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9.3%에서 50.2%(재정재계산 추정치)로 조정했으니, 사실은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이라 반대가 심했다. 그해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던 자민당이 참패했다. 일본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후폭풍이 어떻게 해소됐나.

 

“대신 소득대체율 50%는 국가가 보증하기로 하고 연금 재원의 국고 부담 비중을 늘렸다. 보험료율이 18.3%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도록 해 젊은 세대 부담을 줄였다. 5년 단위로 연금재정 현황을 점검해 100년 앞까지 내다보는 재정 재계산도 하고 있다. 물론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떻게든 연금에 대한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금 지속성에 대해 ‘정년 연장이 가장 저항이 작은 개혁’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일본에선 2019년에 정년 70세 연장이 화두가 됐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해 보니 ‘환영한다’가 42.6%, ‘환영할 수 없다’(19.2%), ‘곤란하다’(38.2%)는 57.4%였다. 이듬해 발간된 ‘고령사회 백서’를 보면, 정년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인 60∼64세는 일을 하는 이유로 ‘수입이 필요해서’(6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결국 연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일을 그만두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에 맞춰 어느 정도 고용이 보장되는 사회 시스템이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

 

“한·일 양국의 정년은 60세로 똑같다. 차이는 일본의 경우 거의 모든 기업이 정년을 지킨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실질적으로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정도가 다른 셈이다. 적어도 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되면 인생 1모작이 안정된다. 그러고 나야 2모작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인가.

 

“일본은 2004년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하면서도 정년을 65세로 못 박지는 않았다. 대신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하기 위해서 계속 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선택지를 기업에 줬다. 계속 고용은 일단 퇴직한 뒤 촉탁사원이나 비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다. 80% 이상 기업이 이를 선택했는데, 급여가 너무 줄다 보니 노동의욕·생산성 저하, 젊은 직원과의 위화감 등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급여 수준을 다소 낮추는 방식 등으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 2024년에는 28.7%까지 늘었다. 3.9%는 아예 정년을 폐지했다. 이를 모두 포함한 고연령자 고용확보조치 실시율은 99.9%에 이른다. 한국도 정년 연장을 강제하기 보다 기업에 선택지를 주고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연금제도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일본 후생연금 보험료율(18.3%)은 한국(기존 9%)의 2배 이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연금의 소득대체 수준은 양국이 비슷했다. 한국은 가입자당 42%, 일본은 후생연금 가입자당 42.97%다. 여기에 일본은 1985년 기초연금을 만들어 전국민연금을 실현했다. 주부 등 기존에 연금 사각지대에 있던 분들까지 전부 포괄한 것이다. 일본에서 직장 은퇴 남성과 주부 출신 여성으로 이뤄진 가구당 소득대체율은 61.2%에 이른다.”

 

―일본의 고령자 돌봄 대책은 어떤가.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포괄센터가 2023년 기준 일본 전역에 5431곳 설치돼 있다. 한국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 특성에 맞게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특히 한 해 7만여명이 돌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다. 상당수가 40대, 50대 남성이다. 이를 막기 위해 돌봄 휴업·휴가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점은 참고해둬야 할 대목이다.”

 

―합계출산율은 일본(2023년 1.20명)이 한국(2024년 0.75명)보다 높다.

 

“정도의 차이일 뿐 저출생 문제는 양국이 똑같이 심각하다. 다만 출산의 대부분이 여전히 결혼 가정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결혼 비용 부담이 약 3억원으로 일본의 415.7만엔(약 4130만원)보다 훨씬 큰 것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은 월세 문화여서 초기 주거비 부담이 한국보다 작다. 대졸 취업률도 98%에 달해 60% 후반대인 한국을 크게 웃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크다. 결혼하기 어려우면 출산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곧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할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2에서 지난해 0.75로 소폭 반등했는데,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30대가 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껏 한국의 저출생 대책은 ‘육아 세대’의 문제 해결에 집중돼 있었다. 결혼해 아이를 낳으려면 고용·주거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 포괄적이고 정교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최대 고용이 최대 복지다.”

 

김명중 교수는…

 

●1970년 인천 출생 ●한신대 일본학 전공 ●게이오대 박사(상학)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 ●아지아대 특임준교수 ●일본여자대 현대여성커리어연구소 특임연구원 ●일본여자대·니혼대·게이오대 강사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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