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75%로 동결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에 따른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11월 2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후 올해 1월 잠시 동결을 택했다. 그러다 2월에 다시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지만 글로벌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환율이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에 따라서 하루에도 30원 가까이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추이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한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월 강남권 토지거래허가 해제와 재지정에 따라 2분기 가계부채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는 전월 대비 47% 가까이 증가했다. 산불, 이상기후 등에 따른 물가 우려, 미국 금리 결정의 불확실성도 금리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다만 올해 성장률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한은이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2월 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1.5%로 봤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보복 조치 등을 고려할 때 하향 조정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는 “앞으로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되겠지만 수출은 통상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따라 금년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무역 협상 전개양상, 추경 시기나 규모 등에 따라서 경제성장률의 향방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조건을 달았다.
금통위는 성장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해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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