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0대 초반 남성 A씨는 극심한 수면장애로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그때부터 5년간 클리닉을 오가며 치료를 받던 중 주치의로부터 검진을 권유받았다. 경미하지만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나서다. 검진 결과는 ‘파킨슨 병’. 단순 수면장애로 생각해온 A씨로선 상상조차 하지 못한 병이었다. A씨는 3년째 운동치료를 거쳐 현재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2. 50대 후반 여성 B씨는 어깨와 목 통증으로 정형외과에서 통증 치료를 받아왔다. 1년째 받아도 호전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자 대학병원을 찾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파킨슨 병’이었다.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몸이 둔해지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B씨로선 뜻밖의 결과였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 환자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파킨슨병은 잠꼬대로 서서히 시작해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직 증상으로 발전하고, 나중엔 아예 걷지를 못하고 인지장애까지 동반하는 무서운 병이다.
세계일보가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파킨슨병 환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파킨슨병 환자는 14만3441명에 달한다. 여성이 8만551명, 남성 6만2890명으로, 여성은 80대 이상(3만4104명), 남성은 70대(2만5217명) 환자가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2만5607명, 2020년 12만5927명, 2021년 13만1548명, 2022년 13만6130명, 2023년 14만2013명으로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복합적으로 찾아오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행동 느려짐(서동), 떨림, 뻣뻣함(경직), 중심잡기 어려움(자세불안정), 보행장애 등이다. 이런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심한 잠꼬대, 변비, 우울증 등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잠꼬대의 경우, 쉽게 지나치기 쉽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잠꼬대와는 달리, 실제 꿈에서 겪은 것을 겉으로 소리치고 굴러떨어지는 등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특징”이라며 “이런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관찰해보면 이후 파킨슨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인성 질환인 치매와 연관성을 보이는 점도 특징이다. 유 교수는 “파킨슨 병은 운동장애, 치매는 인지장애로 차이가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인지장애가 동반되거나 치매 환자에게도 운동장애가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력의 경우 1~10% 정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나 이 또한 명확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손상된 뇌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파킨슨병 환자가 완치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증상을 최대한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장애가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유달라 교수는 “운동을 통해 증상의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약물, 수술적 치료를 통해 불편한 정도를 완화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며 “운동은 되도록 매일, 한 번에 30분 정도, 숨이 좀 찰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으며, 식사 후 습관적으로 산책하거나 수시로 맨손체조를 통해 근력을 기르고 관절을 이완시켜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약물 치료의 경우 기간이 길어지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엔 뇌에 전기 전극을 삽입해 전류로 자극하는 뇌심부 자극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파킨슨병 예방 및 치료 돕는 체조
1. 머리 위로 팔 모아 펴기: 두 팔을 몸통과 직각이 되도록 앞으로 나란히 뻗은 상태에서 5초간 유지. 팔을 위로 쭉 뻗으면서 5초간 유지 후 천천히 원위치로 내린다.
2. 누워서 무릎 당기기: 누운 자세에서 두 다리를 곧게 편 후, 한 쪽 다리 무릎을 가슴 쪽으로 서서히 굽혔다 편다. 반대 쪽 다리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3. 발꿈치 들기: 바르게 선 자세에서 두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잡고 발꿈치를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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