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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선 대면할까… 춤의 황홀경 빠져볼까

입력 : 2025-04-20 20:38:48 수정 : 2025-04-20 20: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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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공연가 화제의 공연

스페인 출신 연출가·배우 활동 리델
전통 벗어난 파격 연극 ‘사랑의 죽음’
충격 퍼포먼스, 불편한 진실 직면케해

‘현대무용의 시인’ 잉거, 안무가로 내한
블리스 등 선봬… “환희의 에너지 감동”

5월 국내 공연가에 진객(珍客)이 찾아온다. 발표 작품마다 거센 논란을 일으키며 명성을 쌓은 스페인 연출가가 연극의 기원을 탐구하는 작품을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다. 유럽 현대무용 중심에 선 안무가는 대표작을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한다.

◆논란의 연출가, 안헬리카 리델

유럽 예술계에서 “스페인 출신의 도발자”, “인간의 괴물을 보여주는 자”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안헬리카 리델이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사랑의 죽음)’란 작품으로 우리나라 관객을 만난다. 전통적인 연극 형식을 벗어나 강렬한 신체성, 폭력·죽음·성·광기·권력·고통 등 인간의 어두운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예술가의 국내 첫 공연이다.

안헬리카 리델이 자신의 작품 ‘사랑의 죽음’에서 열연하고 있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스페인의 전설적 투우사 후안 벨몬테의 서사와 병치하며 연극의 기원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국립극장 제공

스페인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등으로 활동하는 전방위 예술가 리델은 강력하고 도전적인 연극을 만들며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수준작만 초대받는 유럽 아비뇽 페스티벌에 9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 리델은 베니스 비엔날레 연극 부문 은사자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작품활동 기반으로 1993년 아트라 빌리스 컴퍼니를 창설했다.

리델의 연극은 인간의 위선과 합리적 이성의 질서를 강하게 비판하며 존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격적인 미장센, 가톨릭 신비주의와 결합한 자기희생적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불편함과 충격을 유발하며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 매 공연 때마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관객 일부가 중도 퇴장하곤 한다.

리델의 또 다른 화제작인 ‘사랑의 죽음’은 벨기에 엔티겐트 극장 상주 예술가이자 연출가 밀로 라우가 기획한 ‘연극의 역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2021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스페인의 전설적 투우사 후안 벨몬테의 서사와 병치하며 연극의 기원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스페인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등으로 활동하는 전방위 예술가 안헬리카 리델. 국립극장 제공

투우사 후안 벨몬테(1892~1962)는 ‘영적 투우’의 창시자로, 투우를 예술을 넘어선 영적 수행으로 여긴 인물이다. 리델은 “후안 벨몬테가 투우를 하듯, 나도 연극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랑에 빠진 불멸의 여인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희생제”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예술 행위를 목숨을 건 투우와 비극적인 사랑에 비유하며, 동시에 영성과 초월성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5월 2∼4일. 20세 이상 관람가.

◆‘현대무용의 시인’ 요한 잉거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는 2016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안무상을 받으며 세계 정상급 무용가 반열에 오른 예술가다. 스웨덴왕립발레단에서 정통 발레리노로 무용계에 들어선 후 현대무용계 거장 지리 킬리안이 이끄는 세계 최고 무용단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1에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무용수로서 활약했다. 안무가로서는 1995년 NDT2를 위해 첫 작품을 만들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안무가로는 처음 내한하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무용가 요한 잉거. 세종문화회관 제공

현대무용의 ‘정제된 시인’이라는 평을 듣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불안과 광기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움직임을 통해 심리의 층위를 드러내는 드라마에 가깝다. 대표작은 비제의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수상한 ‘카르멘’, 이번에 서울시발레단을 통해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일 ‘블리스’와 ‘워킹 매드’다. 안무가로서 처음 내한하는 잉거는 T 무용수 시절인 90년대 국내 무대에 선 바 있다.

‘워킹 매드’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지휘하는 한 유명 지휘자 모습이 점점 광기에 가까워지는 옛날 TV영상에서 영감받았다. 인간의 광기와 고립, 긴장감 등 관계 속 심리를 무대 위에서 시적이고도 극적으로 풀어낸다. 반복적이고 고조되는 볼레로 특유의 리듬은 막바지에 현대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알리나를 위하여’와 결합되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거쳐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전설적인 즉흥 피아노 연주곡 ‘쾰른 콘서트’에서 영감받아 자유롭고 환희에 찬 에너지, 즉흥성, 세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무용으로 펼치는 요한 잉거의 ‘블리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블리스’의 경우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전설적인 즉흥 피아노 연주곡 ‘쾰른 콘서트’에서 영감받아 만든 작품이다. 곡이 지닌 자유롭고 환희에 찬 에너지, 즉흥성, 세대를 관통하는 감동을 무용으로 번역했다. 무용수들이 마치 음악을 연주하거나 즉흥적으로 몰입하듯 움직이는 리듬 중심의 안무가 특징이다. 잉거는 ‘쾰른 콘서트’가 한 세대의 전환기를 상징적으로 포착한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춤추는 기쁨에 대한 찬사”, “무용수와 관객 모두를 황홀경에 빠뜨리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서울시발레단의 이번 무대에는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 이상은이 객원수석으로 출연한다. 서울 세종M씨어터에서 5월 9~18일.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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