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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호르몬 치료는 암을 부른다?’… “조기 폐경 여성에서는 혜택이 훨씬 커” [필수 건강, 이것만!]

입력 : 2025-04-21 06:00:00 수정 : 2025-04-21 0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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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여성 75~80%가 안면홍조·발한
호르몬 치료로 최대 90% 증상 개선
골다공증 예방·골절 감소 등 효과도
전문의와 최적화된 치료 계획 세워야

“안면홍조와 발한(혈관운동증상) 등 갱년기 증상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갱년기를 단순히 노화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 관리하는 ‘치료 가능한 의학적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여성이 ‘호르몬 치료는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 ‘가능하면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오해하지만, 수많은 연구를 통해 젊고 건강한 폐경 초기 여성에서는 혜택이 훨씬 크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지난 17일 인터뷰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는 갱년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흔히 갱년기라고 부르는 폐경이행기는 여성의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시기부터 마지막 월경까지의 기간을 이른다. 여성호르몬 수치 감소로 안면홍조와 땀이 나는 발한 증상 외에도 비뇨생식기 증상과 우울감 등이 나타난다.

 

호르몬 치료는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가 주도한 연구 프로젝트 ‘여성건강이니셔티브(Women’s Health Initiative·WHI)’에서 암, 혈전 위험을 약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퍼졌다.

구 교수는 이에 대해 “WHI 연구에서 환자군에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60세 이상의 여성이 다수 포함돼 나타난 결과”라며 “폐경이 되는 갱년기 초기에는 이런 위험이 거의 없고, 여성호르몬이 건강에 더 이익이라는 논문이 이후 여러 편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갱년기 대표 증상은.

 

“안면홍조와 발한이 전체 폐경 여성의 약 75~80%에서 나타난다. 이 중 3분의 1은 10년 이상 지속하기도 한다. 증상의 유무와 정도 자체가 치료 결정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호르몬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는.

 

“40세 이전에 월경이 종료되면 ‘조기 폐경(premature menopause)’ 또는 ‘조기 난소부전(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POI)’으로 진단한다. 조기 폐경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조기 폐경 여성은 정규 폐경 여성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50세까지 골밀도가 10~15%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조기폐경이 아니더라도 45세 미만에 월경이 중단되고 갱년기 증상이 있다면, 일반적인 연령보다 이른 폐경으로 간주한다. 이들도 적극적인 호르몬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호르몬 치료 대상자에 대한 지침은.

 

“북미폐경학회와 대한폐경학회 모두 △60세 미만 또는 폐경 후 10년 이내 △중등도 이상의 혈관운동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유방암, 혈전색전증 등 금기사항이 없는 경우에 증상 완화를 위해 호르몬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호르몬 치료로 인한 기대효과는.

 

“혈관운동증상이 완화돼 최대 90%까지 증상이 개선되고, 수면의 질도 함께 향상된다. 질 건조와 성교통, 요로감염 등 비뇨생식기 증상은 저용량 국소 에스트로겐이나 경구·경피 호르몬 치료로 80% 이상 증상이 호전된다.”

 

―갱년기가 생명과 직결된 문제는 아닌데.

 

“폐경 초기(10년 이내)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여성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 또 골다공증 예방 및 골절 감소 효과도 있다.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폐경 여성은 연 2% 이상의 골밀도 감소가 관찰되고, 폐경 후 5∼10년 이내 골밀도 감소가 가장 급격히 진행한다. 그러나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을 경우 요추, 대퇴골, 고관절 부위 골밀도를 유지하거나 증가시켜 척추 및 고관절 골절 위험이 25~35%까지 감소한다.”

 

―부정출혈, 혈전증 등 부작용 우려가 큰데.

 

“부정출혈은 치료 초기의 흔한 현상이다. 대부분 6개월 내 자연 소실된다. 원인 감별이 필요할 경우 자궁내막 검사를 시행한다. 혈전색전증은 경구제제 사용 시 발생률이 증가하지만, 경피 제형 사용 시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WHI의 연구에서 경구 호르몬 대체 요법(CEE+MPA) 시 정맥혈전증 위험이 1.3∼2.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연간 1만명 중 약 2∼3명 수준이다. 또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 단독 사용 시 위험이 2~3배 이상 증가하지만, 프로게스토겐을 병합하면 이 위험은 거의 사라진다.”

 

―치료 기간에 제한은 없나.

 

“치료 기간에 대한 상한선은 없다. 갱년기 증상이 지속하고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 다만 정기적인 재평가와 검진이 중요하다. 대한폐경학회는 1~2년 간격으로 치료 효과 및 이상 반응에 대한 추적 관찰을 권고하고 있다.”

 

―주의 사항은.

 

“호르몬 치료는 여성 건강 회복과 유지에 매우 유용하지만 부작용도 분명히 있는 만큼, 비타민처럼 건강보조제나 기능성 제제로 생각해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갱년기 증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본인의 상황에 최적화된 호르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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